[이창기 시·판화집 ‘나쁜 꿈 시사회’ 표지] “나는 먼 옛날의 태양에서 왔다. 땅거미가 지면 스스로 밝게 드러내는데 몸은 죽은 자의 피부처럼 차다. 춥고 어두운 행성들 사이를 오래 지나왔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 뜨거웠던 기억이 없다.” (이창기 시 ‘머리에 등불을 얹은 사람’ 중에서) 1984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창기 시인이 40여년 만에 신작 시와 판화를 갖고 인천으로 돌아왔다. 시인은 1959년 서울에서 나서 인천에서 자랐다. 인천은 시인에게 문학의 고향이다. 시인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1978년 1월 인천 공보관에서 친구들을 모아 첫 시화전을 열었다. 그리곤 ‘입산수도’(入山修道)를 꿈꾸며 인천을 떠났다. 그동안 시인은 ‘꿈에도 별은 찬밥처럼’(1989), ‘이생이 담 안을 엿보다’(1997),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2005), ‘착한 애인은 없다네’(2014) 등 4권의 시집을 냈으며, 문학 평론가로서 자신의 문학론을 펼치기도 했다. 시인은 이번에 52편의 신작 시와 함께 직접 만든 목판화를 선보인다. 시·판화집 ‘나쁜 꿈 시사회’에는 시 한 편에 갑골문자를 연상하게 하는 목판화 한 작품씩을 함께 실었다. 책 자체가 하나의 시화전을 보는 듯하다. 이창기 시인은 실제로 시·판화전을 열기로 했다. 시인은 전시를 갖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지금은 껍데기만 남았지만, 한때 시화전은 독자와의 소통을 위한 문학적 행위의 일부였다. 물론 출판은 여전히 강력한 문학의 유통 수단이지만, 태생적으로 출판은 시장의 영향 아래 있고, 그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쓰기의 자유를 누리면서 어떻게 자신만의 고유성을 지킬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시인이 시와 판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나쁜 꿈’은 무엇일까. 시인은 “대개 망각과 부재로 이뤄져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 해몽은 길하다”며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과 얻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감기처럼 달고 사는 우리”를 애써 위로한다. 시·판화집의 작품들은 오는 14일부터 19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 2에서 책 제목과 같은 ‘나쁜 꿈 시사회’라는 제목의 전시로 만날 수 있다. 이달 21일부터 내달 22일까지는 경기 파주 문발리헌책방골목 블루박스에서, 12월9일부터 28일까지는 여주 세종도서관에서 연달아 전시를 연다.
[도리스 위시먼의 영화들┃알리시아 코즈마 외 10명 지음. 김효정 옮김. 교유서가 펴냄. 416쪽. 2만8천원] 도리스 위시먼(Doris Wishman·1912~2002)은 세계 최초의 여성 성인영화 감독이다. 그는 포르노 영화가 성행하기 이전 ‘누디 큐티스’(Nudie cuties)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던 나체 영화들로 시작해 섹스플로테이션의 중추라 할 수 있는 하드코어 영화들, 그리고 퀴어 다큐멘터리와 에로틱 호러까지 다양한 성인 영화들을 연출·제작했다. 동시에 위시먼은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편수의 영화를 만든 여성 감독이기도 했다. 위시먼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총 31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그는 활동기 이후로 하버드 대학교, 뉴욕 현대미술관(MoMA)을 포함한 학계와 세계적 예술 관련 기관에서 재평가받고 있는 유일무이한 섹스플로테이션 감독이다. 위시먼은 왜 주목받을까. 조앤 호킨스는 ‘도리스 위시먼의 영화들’ 서문에서 “이 책은 착취와 언더그라운드 분야의 주목할 만한 공백을 메울 뿐만 아니라 착취와 주류 영화와의 관계에 대한 더 큰 질문을 던진다”며 “동시에 독립 제작에 뛰어든 여성들에게 열려 있는 길(지위 고하를 막론하고)과 미국 독립영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종종 간과되는 여성들의 역할에 대해 탐구한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위시먼의 경향 중 하나로 그의 ‘섹스 영화’에는 섹스가 없다는 점을 조명한다. 위시먼은 영화사에서 가장 남성중심적인 섹스플로테이션 산업에서 가장 여성주의적인 성인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로 참여한 학자들은 위시먼의 영화들이 어떠한 방식과 기술적 속임수로 여성 착취의 전통을 전복했는지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은 위시먼을 중심으로 역동적인 페미니즘 영화 이론의 성과를 모았다. 원서의 저자로도 참여한 영화평론가 김효정(Molly Kim) 박사가 책을 번역했다.
2021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변윤제 시인의 첫 시집이 출간됐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시의 확장성을 보여 줬다는 평을 들었던 그가 2년간 발표한 시 38편을 엮었다. 이번 시집은 ▶They ▶알파카 공동체 ▶변연계-Nothing About Us Without Us ▶Make Your Death 등 총 4부로 이뤄졌다.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변윤제 / 문학동네] 시인은 ‘인도에서 온 케밥 판매원’, ‘번역가 친구’, ‘친절한 노부부’ 등 그들이 살아내는 고된 하루를 살피며 바깥세상과 타인을 향한 따뜻한 위로를 보낸다. 또한, "빠져버리자 머리머리/ 머저리들아"라며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미움을 신랄한 유머로 맞서는 ‘탈모 예방법’ 등 발랄하고 유쾌한 언어가 돋보이는 변윤제 시인만의 개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 어제와 마찬가지로 그는 늘 미안해서 / 안녕이 없는 사람 / 그리하여 그는 돈을 받지 않고도 / 아름답고 처절하게 잘도 팔았다 / 무엇을? 이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 슬픔을 덤으로 얹어주었다 / 그는 매일 밤 요령부득으로 짠 스웨터를 입고 / 터진 옆구리를 꿰맸다 …” (하기정 時,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제4회 선경문학상을 수상한 하기정 시인이 수상시집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들고 독자를 찾아왔다. 시집은 1부 ‘애플파이의 시간’, 2부 ‘밤에는 멀리 있는 불빛을 보려 하지’, 3부 ‘빗방울의 노래’, 4부 ‘구름의 화법’ 등 4개 챕터로 구성됐다. [시집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도서출판 상상인 제공] 이번 시집은 슬픔이라는 감정을 두 개의 각도에서 바라보며 차분하게 서정적인 울림을 자아낸다. 난해함으로 가독성을 떨어뜨리거나, 안이한 접근으로 시를 가볍게 만들지 않는다. 시인의 감상을 수려한 문장으로 매끄럽게 표현하며 독자와 소통한다. 표제작인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는 이런 표현이 극대화된 작품이다. “… 그는 도끼로 계단을 내고 나무에 오르는 일을 경멸했다 / 기름을 바르고 처참하게 미끄러져 내리는 일에 열광했다 …”. 미안함과 안녕, 경멸과 열정 등. 두 가지로 대비되는 시어들이 시 속 곳곳에서 충돌하며 묘한 아름다움을 피워낸다. 박동억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에 대해 “삶을 체험하는 입장과 관조하는 입장, 양면에서 바라봄으로써 서정적 울림은 배가된다. 불쾌와 불행을 촉발하는 접촉은 역설과 아이러니를 활용한 언어적 표현으로 덧씌운다”며 “바로 이러한 형식 속에서 시인의 ‘아름다운’ 형상 또한 길어 올려진다”고 평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군포시 중앙도서관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는 손병석 관장이 알째배기 책만 골라 소개하는 책을 펴내 주목받고 있다. ‘도서관을 뛰쳐나온 책’(토담미디어 刊)은 그동안 손 관장이 무수히 접했던 많은 책 중 서른 두 권을 골라 소개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생을 읽는 것이다. 각각의 문학작품은 나를 대신해서 먼 여행을 하기도 한다.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을 주기도 한다”는 저자도 도서관장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책읽기의 즐거움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도서관을 뛰쳐나온 책 [신간소개]] 저자는 어릴 적 이해하지 못하고 읽었던 책 또는 요약본으로 접했거나 제대로 읽었어도 희미해진 기억 속에 잠든 책들을 소환해 독자에게 또 다른 책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부터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와 ‘인간의 대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등 어릴적 저자가 읽은 고전은 현재의 통찰이 어우러져 편안한 이해를 돕는다. 특히 요약 줄거리와 단상으로 꾸며져 있어 젊은 학생과 청소년이 접근하기 좋다. 저자는 이 책이 청소년들을 본격적인 독서의 세계로 이끄는 마중물의 역할이 되기를 기대한다. 손병석 관장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주머니에서, 핸드백에서 또는 여행지 어느 작은 찻집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최근 우리네 일상을 보면 뭔가 빠진 느낌이다. 사람들 모습에서 공허함을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 빠진 것을 채우고 무거운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한국만화영상진흥원 ‘한국만화걸작선’ 32번째 작품으로 만화가 이두호의 ‘바람처럼 번개처럼’을 복간했다. 만화가 이두호의 ‘바람처럼 번개처럼’은 1970년대 최고 인기 스포츠였던 야구를 테마로 스님이 되기 싫어 절을 떠나 신예 야구 투수로 거듭난 팔매가 경쟁과 내적 갈등, 우정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 한국만화걸작선 32번 바람처럼번개처럼 도서 이미지.](사진=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대다수 스포츠 만화가 극한의 상황에 부딪혔을 때 주변 동료와의 경쟁, 스포츠 단체전의 팀워크와 우정 등의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클리셰를 보여주지만, ‘바람처럼 번개처럼’은 팔매 개인의 내면 성찰을 통해 야구인으로 성장해가는 스토리라인을 구축했다. 이두호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야구가 뭔지도 모르면서 야구만화를 그렸기에 팔매 같은 녀석이 태어났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한국만화걸작선’은 시간이 지나 절판되거나 자료 부족 등으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우리 만화계의 보석 같은 명작을 발굴ㆍ복원ㆍ보존하는 사업이다. 이번 ‘바람처럼 번개처럼’을 포함해 지금까지 故 김종래 화백의 ‘마음의 왕관’, ‘엄마 찾아 삼만리’, 故 고우영 화백의 ‘대야망’, 허영만 화백의 ‘각시탈’, 박수동 화백의 ‘고인돌’ 등 다양한 작품이 ‘한국만화걸작선’을 통해 출간됐다. 한편, 이두호 작가의 ‘바람처럼 번개처럼’ 복간본은 전국 서점 및 온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신간 ‘상속·증여세 이론과 실무’는 실무자에게 꼭 필요한 상속·증여세법의 기초 실무를 알려주는 이론서다. 자산가에게는 상속·증여 절세를 위한 대응전략을 제시한다. 이 책을 집필한 저자는 국세청 출신의 이일화, 마숙룡 세무사다. 이 세무사는 1988년 서울신학대 신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시립대 경영대학원(회계학) 경영학 및 도시과학대학원(교통관리) 도시계획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더테라스 제공] 이후 강남세무서 운영지원과장·체납징세과장, 도봉세무서 재산법인세과장, 국세청 법인납세국 원천세과 사무관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성공 창업 장수하는 기업 만들기’(공저), ‘부자의 습관부터 배워라’ 등이 있다. 마 세무사는 지난 1986년 국립세무대 내국세학과를 졸업하고 약 20년간 국세청에서 근무했다. 서울지방국세청 과세품질혁신위원회 위원, 중부지방국세청 국세심사위원회·정보공개심의회 위원 등을 지냈다. 지난 2021년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토지주택 가구의 약 70% 이상을 50대 이후 세대가 소유하고 있다. 60대 이상으로 한정하면 약 50%에 달할 정도로 부동산 세대 집중이 심한 상황이다. 저자는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부터가 부의 이전이 시작되는 시기”라며 “상속과 증여를 통한 부의 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알고 있는 것이 절세의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상속·증여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책은 ▲완전포괄주의 증여 ▲상속·증여재산의 평가 ▲상속세편 ▲증여세 ▲상속·증여세 신고납부와 결정 등 총 5편으로 이뤄져 있다. 다만, 실생활에서 더 자주 일어나는 일들은 증여와 관련된 세금 문제이기 때문에, 상속세 관련 법조문보다는 증여세 법조문이 훨씬 많은 조항을 할애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양도, 상속, 증여, 종합부동산세 등 조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 세액계산이 조금만 잘못돼도 가산세 부담액이 적지 않아 세법의 정확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저자는 “세법에 대한 무지를 핑계로 과세를 회피할 수는 없기에 올바른 부의 이전을 위해서도 정부에 납부하는 세금 항목과 그 내용을 개괄적으로라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나는 역사학자도 아니고 전공자도 아니다. 정조가 세운 개혁도시 수원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피붙이다.’-(‘책머리에’ 중에서) 시인, 칼럼니스트, 수필가로 활동하는 김훈동 작가가 신간 ‘정조시대의 힘, 정조의 사람들’을 펴냈다. 책에는 조선의 성군으로 평가받는 정조와 그의 사람들이었던 문신, 무신, 예술인, 장인, 중인 등 317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그동안 우리 일상의 풍경들을 글로 전했던 김 작가가 정조에 대한 책을 출간한 계기는 무엇일까. [김훈동 작가가 수원문학인의 집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수원문학인의 집’에서 만난 그는 "저는 수원 토박이로, 수원에서 나고 자라 지금도 이곳에 살고 있다"며 "이 수원을 정조가 만들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수원시민들에게 정조를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역사는 인물이 만든다’고 믿는 김 작가에게 수원의 뿌리인 정조를 향한 관심은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던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이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지난 3년 4개월 동안 직접 발품 팔며 중고서점 등을 찾아 정조와 관련된 책 200여 권을 모으고 독파했다. 김 작가는 "정조의 치적을 나열한 책들은 많았지만 인물을 논하는 책은 없었다"며 "정조는 서얼 등용, 노비제 폐지 주장 등 인물을 키웠던 왕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뛰어난 리더라도 모든 일을 혼자 해낼 수 없다. 그래서 정조시대의 힘은 시대의 변화를 함께 이끌었던 정조의 사람들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600페이지가 넘는 ‘정조시대의 힘, 정조의 사람들’의 첫 장은 돌아가신 어머님을 향한 김 작가의 헌사로 시작한다. ‘수원에서 태어나시고/ 스물여덟에 홀로되시어/ 바른길 가도록 키워주신/李(이)자 富(부)자 順(순)자 어머님에게/ 수원을 만든 정조시대 인물을 엮어 올립니다.’ 김 작가는 "세상에 어머니보다 더 위대한 선물은 없다. 그런 어머니에게 바칠 수 있을 만큼 이 책은 혼을 담아 만들었다"고 전했다. 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때 진가가 발휘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책 곳곳에는 독자를 위한 친절함이 묻어난다. 정조의 사람들에 대한 인물 소개에 앞서 총론을 통해 정조시대의 상황과 정조가 어떤 임금이었는지를 보여 주고, 각 인물마다 소제목을 붙여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김 작가는 "나는 ‘학로(學老)’, 즉 배우는 노인으로 살고 싶다. 정조가 책을 사랑했듯, 나 역시 책을 사랑한다. 책 속에 삶이 있고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책은 수원을 사랑하는 이들이 많이 봤으면 한다. 수원이 문화가 꽃피는 살기 좋은 도시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로 인터뷰를 맺었다. 한편, 내년 1월 17일 ‘정조시대의 힘, 정조의 사람들’의 출판기념연이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사랑할 수밖에 없는 노인 강도단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가 돌아왔다. 사회가 약자를 취급하는 방식에 불만을 품은 70~80대 노인들이 강도단을 만들어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세상을 바꿔나가는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는 그동안 은행을 털고, 요트를 훔치고, 카지노를 휘저으며 돈을 모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다. [■ 얼떨결에 시골을 접수한 메르타 할머니] 이번 네 번째 시리즈에서 메르타 할머니는 경찰에게 인상착의를 들키는 실수를 저지른다. 몸을 숨기기 위해 찾은 시골은 방치돼 망해가고 있었는데, 노인 강도단은 이 마을을 부활시키기로 한다.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는 웃음을 짓게 하면서도, 오늘날 사회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준다. 이전까지는 헌신한 노인들을 홀대하는 스웨덴의 정책을 꼬집으며, 힘없고 돈없는 사람들이 소외되는 사회가 변해야 함을 역설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시골의 인프라 부족 문제를 지적한다. 가게와 약국이 문을 닫고, 은행 일을 보려면 도시까지 나가야 하는 곳. 경찰서나 소방서에 출동 요청을 해도 한 시간이 걸리고, 인터넷조차 제대로 터지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 속에 점차 소멸해가는 시골에 대한 안타까움과 나라의 전통을 간직한 소중한 곳 또한 시골임을 책은 떠올리게 한다. 또 경찰에게 쫓기면서도 마을을 살리려 고군분투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강도단의 활약이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공공디자인 전문가 정희정 교수의 신간 ‘공공공간의 다목적 서비스 상업공간의 공익적 서비스’가 출간됐다. 저자는 그동안 방문했던 세계 여러 도시와 마을들에서 틈틈이 자료들을 모아 ‘공공디자인 저널’에 연재했다. 그 기록들이 쌓여 2019년 ‘정희정 교수의 공공디자인 세계 기행’과 2021년 ‘세계의 도시와 마을 그리고 사람들’로 독자들을 만났다. [새로나온책] 공공공간의 다목적 서비스 상업공간의 공익적 서비스] 이 책은 그 세 번째 이야기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공공디자인 저널에 실린 세계 도시와 마을을 통해 본 ‘공공공간의 다목적 서비스 사적 공간의 공익적 서비스’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그들의 공간은 왜 우리와 다를까?’에 초점을 두고 우리와 다른, 우리가 미처 생각해 내지 못한 공간의 해석과 다양한 활용 가치들을 소개한다. 시민들의 문화공간인 핀란드 헬싱키의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부터 칠레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 스웨덴 스톡홀름 바사 박물관,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국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 플라워 쇼까지 우리에게는 그저 하나의 랜드마크로 사진 속 배경에 지나지 않았던 공간들을 새롭게 조명한다. 저자는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했던 다양한 공간이 여러 목적을 동시에 수용하고 소화해 내는 효율적인 다목적 공공공간임을 설명하며, 다기능 요구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개인과 기업들의 상업 공간마저도 공공을 위해서는 산술적 손익을 따지지 않고 공유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책은 공익적 서비스의 공간과 공간, 그 안에 녹아든 수많은 자원과 시설물들을 통해 우리와 다른 세계 곳곳의 생각과 실천을 공공디자인을 비롯한 한국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예술가, 시민들에게 전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남주헌 세명대 교수의 신작 ‘창의인간’ 출판기념회가 16일 오후 3시 30분 경기 화성 어로프헤븐베이커리카페에서 열린다. 남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 초·중·고등학교에서 교육 기부 활동을 통해 창의인재 양성을 해 왔으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집필했다. [남주헌 세명대 교수, 신작 ‘창의인간’ 16일 출판기념회 개최] 저자는 불확실성 시대에 필요한 인간 유형을 ‘창의인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창의인간이 미래 시대를 선도할 것이라고 설파하며 교육환경 변화나 사고의 대전환을 통해 창의인간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 교수는 창의인간을 기존의 낡은 질서와 시스템을 뛰어넘을 수 있는 존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사람들이 무한한 잠재력이 있음에도 창의인간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걸림돌로 경로 의존성과 편향성, 사라진 토론 문화, 대량생산 방식의 공장형 학교, 질 낮고 표준화된 교실 환경 등을 꼽았다. 저자는 “인공지능 시대 생존과 성장을 위한 창의인간 가치관 정립이 필요하다”며 “바른 자세에서 올바르게 학습하고 인간이 공존과 공생을 위해 봉사를 실천하는 정학봉행(正學奉行)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우리나라에서 명맥이 끊겼던 청소년 문학잡지를 최근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이 창간했다. 이 잡지가 '유튜브' 등에 밀려 침체한 청소년 문학 활성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고, 그 흐름을 주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근대문학관은 최근 청소년 문학잡지 '빈칸(BLANK)' 창간호를 발행하고, 인천지역 모든 중·고등학교 도서관과 문학담당 교사, 전국 교육청 산하 도서관 등지에 총 2천부를 배포했다고 10일 밝혔다. 한국근대문학관은 '빈칸' 창간호를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온라인에도 올릴 예정이다. 발행 간격은 일단 매년 1회씩이다. [명맥 끊긴 청소년 문학잡지… '빈칸 채운' 한국근대문학관] 계간 '청소년문학'이 2011년 겨울호를 끝으로 폐간하면서 청소년을 위한 문학잡지는 사라졌다. 출판 시장에선 아동문학보다 훨씬 수요가 적다고 보는 분야가 청소년 문학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은 문학보다 문제집에 더 얽매여 있다는 건 누구나 안다. '빈칸' 창간은 청소년 문학 작가들의 글을 전담하는 지면이 생겼다는 의미도 있다. 잡지 '빈칸' 창간호(사진)는 아동·청소년 소설 작가와 평론가, 학교 교사, 디자이너 등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해 만들었다. 이름 '빈칸'은 청소년 문학의 부재, 정서적 결손, 꿈 등을 채울 열린 공간이란 의미를 담았다. '빈칸' 창간호는 인공지능(AI와 챗GPT) 시대의 글쓰기를 다룬 특집 2편, 청소년 눈높이의 시, 소설, 희곡 등 작품 14편과 문학·만화·TV 프로그램 등을 다룬 리뷰 17편을 실었다. 특히 리뷰의 일부는 만화로 제작돼 눈길을 끈다. 중·고교생의 글도 2편 담았다. 현재 '청소년기본법'상 청소년은 만 9세 이상 24세 이하다. 이 법은 '청소년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정당한 대우와 권익을 보장받음과 아울러 스스로 생각하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청소년이란 단어 자체가 규제와 보호 대상만으로 의미가 축소된 지 오래다. 100년 전인 1923년 5월1일 소파 방정환(1899~1931)이 주창한 '어린이 해방 선언' 이후로 청소년은 사회 주요 구성원으로 활약했다. 1960년 4·19 혁명의 시발점이자 주축도 청소년이었다. 1970년대는 청소년 잡지 전성기였다. 지금 온라인 포털 사이트 뉴스에서 청소년을 검색하면 청소년 연루 각종 사건 기사가 주로 보인다. 최근 더 부각되는 건 '청소년'이 아닌 각종 사건 당사자나 K-팝 등 대중문화 산업 소비자로서 '10대'란 단어다. 청소년이 사라진 시대 문학을 읽는 주체로 청소년을 다시 호명한 '빈칸'의 시도가 대담해 보이기도 한다. 아동·청소년 문학 평론가인 송수연 '빈칸' 편집위원은 창간호 권두언에서 "청소년 문학이 문학의 하위 장르로 든든하게 자리를 잡았지만 어쩐지 독자인 청소년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이라며 "청소년과 청소년 문학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고, 청소년들을 문학 장(場) 안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이끌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