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드레북스 刊) 저자는 소외되고 버려진 것에 새롭게 가치를 부여하고 창조하는 능력, 거기에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덧대면 ‘혁신’이 된다고 강조한다. 당연한 것을 의심하고 통념을 뒤집는 ‘창의가’ 혁신을 만든다는 것이다. 기계와 로봇이 늘면서 제조공장과 물류창고에서 사람이 사라지고, 전산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사무실에서도 사람이 사라졌으며, AI 등장으로 고소득 전문직조차 자리를 내주고 있다. 저자는 이제 ‘그럭저럭 살던 시대는 끝났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 ‘창의’와 ‘혁신’이라고 진단한다. 기계와 AI가 학습할 수 없는 데이터에서 창의를 찾고, AI가 추론으로는 얻을 수 없는 혁신을 만들어 실행하는 것. 책에는 그 방법이 담겨있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됐다. 1장 나를 위한 경쟁력, 2장 새로움으로 통하게 하라, 3장 모두를 위한 시작이다. 저자는 철학자 질 들뢰즈의 리좀 모델을 인용해 줄기가 땅속으로 들어가 사방팔방 뻗어가는 뿌리처럼 장애물을 만나면 뚫거나 우회하고 결합해 성장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또 재료의 개성을 지키면서도 하나로 똘똘 뭉치는 비빔밥을 예로 들어 좋은 인재들을 융복합해 시너지를 내는 인간 촉매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책은 각 장마다 구체적인 사례와 실행 방안을 제시해 실용성을 높였다.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추천사에서 “창의와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이 책이 일상에서 단서를 찾아 상상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든다”고 평했다. 문규학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아시아·유럽 총괄은 “역사와 기술, 철학을 넘나들며 날카롭고 재기 넘치는 통찰을 풀어낸다”고 말했다. 또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인공지능 시대에 생존하려면 창의와 혁신이 일상이 되고 습관이 돼야 한다”며 “이 책은 불리한 상황과 조건을 버리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강점으로 바꿔 혁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양명학의 전개와 특수성을 사상사적 시각으로 조명한 학술교양서 ‘양명학’이 출간됐다. 이 책은 한국 사상가의 궤적과 철학적 개념을 탐구해 인간 안에 잠재한 사유와 문화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 기획한 ‘사유의 한국사’ 교양총서 여섯 번째 책이다. [양명학┃한정길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 펴냄. 600쪽. 3만5천원] 15~16세기에 형성된 양명학은 동아시아인들의 의식과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철학이다. 한국, 중국, 일본 삼국에서 양명학은 각국의 정치 문화와 학술 상황의 특수성으로 인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중국에서는 명대 사상의 주류로, 일본에서는 국민도덕학으로 기능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주자학자들의 비판 속에서 수용되고 특화된 경향을 보인다. 이는 한국 양명학의 특수성을 규명하기 위해 비교 연구가 필요하며 동아시아 내에서 한국 양명학 의의를 탐구해야 하는 이유다.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됐다. 한국 양명학 연구의 기존 철학사적 관점과 윤남한(1922~1979, 역사학자)이 제시한 사상사적 관점을 비교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나아가 양명학의 본질적 특성을 규명하고 범위를 확장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사상사적 관점의 연구 비중을 높여 한국 양명학의 전개 과정을 폭넓게 살펴본다. 저자인 한정길은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문화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양명학 연구자다. 조선시대 경학과 동아시아 양명학을 중심으로 사상사의 흐름을 연구한 그는 조선 지식인들이 양명학을 수용하고 변용해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조명해왔다. 발간까지 약 4년이 걸린 이 책은 단편적인 연구가 아닌 깊이 있는 통찰을 얻기 위해 한 명의 연구자가 일관되고 균형잡힌 시간으로 오래도록 탐구하고 쓴 책이다
[■ 백화 양건식 바로 세우기┃유봉희 지음. 다인아트 펴냄.] 뛰어난 소설가이자 중국 문학 번역가·연구자로 왕성하게 활동했으나, 한국 근대 문학의 이면에 가려져 있는 백화(白華) 양건식(1889~1944)의 문학 세계를 총체적으로 복원하는 책이다. 유봉희 서울대학교 국어교육연구소 학술교수가 쓴 ‘백화 양건식 바로 세우기’는 그동안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던 양건식의 연구사부터 해외 유학, 학력, 교육 관계 등 생애사와 그의 중국 문학 번역에 대한 오해와 진실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양건식은 한국에서 중국 현대 문학 번역을 처음으로 개척한 중국 문학 연구 1세대다. 이 때문에 그에 대한 기존 연구는 중국 문학 번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저자는 그동안의 연구 관행을 깨고 중국 문학 번역은 물론 양건식의 창작과 사상 형성과정, 일본·중국 유학설, 역사학자 이능화(1869~1943)와 소설가 박태원(1909~1986)과의 관계 등 양건식에 관해 잘못 알려진 사실 등을 바로 잡았다. 또 저자는 새로운 해석을 통해 양건식 문학의 총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데 방점을 뒀다. 특히 양건식이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로 유명한 박태원의 ‘한문 선생’ 정도로 알려진 사실에서 더 나아가 그가 박태원의 사상 형성과정과 문학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여러 기록들을 들어 논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뛰어난 모더니스트에서 해방 이후 역사소설가로 변신한 박태원의 문학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참조 지점을 던져 준다. 양건식은 1910년대 ‘비판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슬픈 모순’(1918)을 비롯해 ‘석사자상’(1915), ‘미의 몽’(1915), ‘귀거래’(1915) 등 빼어난 단편 소설을 발표했다. 스물 중반을 갓 넘긴 나이에 ‘조선불교진흥회’에서 한국학의 개척자 이능화와 함께 활약한 거사불교운동의 중추였다. 양건식은 1920년대 초 ‘개벽’에 중국의 문학혁명운동과 현대 소설을 번역하면서 이광수(1892~1950)로부터 “조선 유일의 중화극 연구자요 번역가”란 찬사를 받기도 했다. 양건식은 지식인 사회의 눈이 대부분 서구 사상과 일본으로 향하고 있을 때 루쉰, 후스, 천두슈 등의 중국 신문화운동과 5·4운동 주역들의 작품과 논문을 국내에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1920년대 ‘조선문단’에서 시도한 합평회에서 ‘개벽’의 박영희와 이익상의 작품을 신랄하게 공격하고 계급문학 논전을 불러오는 계기를 제공했던 평론가이기도 했다. 저자는 “양적으로 풍부하진 않지만, 그가 보여준 작품의 내용을 들여다볼라치면 사상적 품격과 양식에서 일찍이 리얼리즘에 근접했음을 느끼게 한다”며 “남한보다 양건식에 일찍 주목한 1960년대 북한 학계에서 ‘슬픈 모순’을 두고 ‘비판적 사실주의’로 평가한 것은 그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이어 “1910년대 문단이 이광수와 최남선의 ‘2인 시대’라 하지만, 그들의 빛에 가린 소중한 보물들은 존재했으며, 양건식을 통한 1910년대 문학의 ‘가치 재발견’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고 했다. 이 책은 유봉희 교수가 시작한 ‘유(柳)의 근대·문학관’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돌볼 수 있는가┃김진석, 남기철, 김승연, 장숙랑, 임준, 서종균, 하경환, 이태수 지음. 헤이북스 펴냄.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문제 ‘돌봄’. 영유아기부터 질병을 겪는 시간, 그리고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모두 인생의 어느 순간, 돌봄이 절실해지는 때를 맞이한다. ‘간병 살인, 영케어러, 돌봄 독박, 고독사’ 이런 문제가 사회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어찌보면 한국은 늘 예기치 못한 순간 찾아온 삶 속 ‘돌봄’을 지우기 급급했다. 당장 우리가 직면한 문제이지만, 애써 외면해왔던 돌봄의 절박함을 사회적인 의제로 풀어낸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돌볼 수 있는가’가 출간됐다. 책 머리말을 들춰봤다. 책을 쓴 집필자들은 “현재 대한민국의 돌봄 현실에 대한 실태와 그 구조적 원인 그리고 진정한 커뮤니티 케어 체계의 구축 방안 등을 논리적으로 밝혀낸 최초의 대중서라고 자부한다”며 출간 이유를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다. 저자들은 책의 핵심 메시지인 커뮤니티 케어, 그중에서도 한때 화성시와 춘천시에서 진행한 ‘어르신 통합돌봄 시범사업’에 함께한 이들이다. 이 사업을 통해 확인한 커뮤니티 케어의 이론과 현실적인 해법이 담긴 책이다. 책은 총 5개의 챕터로 나뉜다. 사회에 드리운 돌봄의 그늘을 돌봄 당사자와 책임자, 제공자 등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여전히 가족=돌봄이라는 명제가 굳건한 한국 현실을 짚는다. 이어 요양병원에서도 여전히 돌봄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현실을 고발한다. 이는 한국 보건의료의 새판을 짜기 위한 공공 돌봄체계 구축으로 이어진다. 저자들은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돌봄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오히려 시민들의 돌봄문제에 무관심한 지자체의 모습을 조명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까지 짚어낸다. 이는 저자들이 말하는 커뮤니티 케어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제도적인 재편이 절실하다는 데 당위성을 더하는 요소다. 누구나 존엄한 삶을 살아갈 권리를 지키는 공공 중심의 커뮤니티 케어와 새로운 돌봄 패러다임이 궁금한 이라면 한번쯤 책장을 넘겨봐도 좋겠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장수철 지음.] 다소 엉뚱한 물음에서 출발한 이 책은 생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 문화에 숨겨진 진화사적인 의미를 다룬다. 저자인 장수철은 책을 통해 ‘과연 자연만이 침팬지와 인간을 가른 것일까’하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한국의 문화 현상인 K컬처가 등장한다. K팝, K푸드, K드라마를 비롯해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현실, 즉 자연과 사회문화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한 즐거운 탐구의 여정이 오롯이 책에 담겼다. 문화가 유전자를 설계하고 있다는 가설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책은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한 챕터를 들춰봤다. “잡담과 평판이라는 출입문을 잘 통과한 사회 구성원들은 살아남고 유전자를 자손에게 남길 수 있었다. 즉, 평판 문화가 유전자를 선택한 것이다.” (124쪽) 이 구절은 혈연주의가 우선되는 사회에서 이타성이 등장한 배경과 평판에 민감한 인간의 본능을 생물학, 문화적 현상에 기인해 분석했다. 초기 인류는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호의를 베푸는 데 인색했을지라도 문화적인 요인에 의해 간접적인 호혜성이 통용되고 평판이 중요한 사회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평판이 중요해지면서 여러 문화적 장치가 출현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이야기, 소설, 연극, 영화와 드라마 등의 문화 콘텐츠는 사람들이 삶을 들여다보고 모범적인 사례를 따라 배우는 주요한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문화와 생물학이라는 상당히 이질적인 분야를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쉽게 풀어낸’ 책이다. 이런 점에서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독창적이고 치밀한 해석이 돋보인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 (더숲 刊)] ‘나무들의 비밀스러운 생활’은 어린 시절 자연과 깊은 교감을 한 주인공 ‘페터’가 명성있는 산림감독원이 돼 동식물과 숲을 만나며 품게 된 사색과 통찰을 내레이션 형식으로 전달하는 한 편의 그래픽 소설이다. 책은 페터의 시선에 따라 숲과 나무, 그 안에 살아 숨쉬는 다양한 생명체들의 놀라운 이야기를 담았다. 책은 지난 2015년 독일에서 출간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뒤 ‘그래픽 노블(그림 소설)’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오랜 시간 숲과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탐구해 온 작가이자 각본가인 프레드 베르나르와 그림 작가 벤자민 플라오는 원작자 페터 볼레벤이 펼쳐낸 아름답고 섬세한 언어들을 다채로운 색감의 글과 그림으로 되살려냈다. 이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페터가 숲 바닥에 앉아 한 줌의 흙을 쥐어 보고, 지구의 수많은 생명체에 관해 사색하거나, 숲길에서 마주친 나무를 세심히 관찰하는 장면 등을 만나게 된다. 땅속 생명체, 나무의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와 기능에 대한 풍부한 과학적 지식도 습득할 수 있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생활용어로 아주 쉽게 알려주는 상속세·증여세 절세전략’ (티에스세무법인 刊)]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속세·증여세’에 대해 쉽게 풀어낸 책이 나왔다. 책은 법률용어를 가능한 배제해 생활용어를 사용했고, 질문과 답변 형식을 취해 절세 방법을 설명했다. 김관균 세무사는 지난 30년간 고객을 만나며 연구한 절세 방법을 담아 ‘생활용어로 아주 쉽게 알려주는 상속세·증여세 절세전략’(티에스세무법인 刊)을 출간했다. ‘상속세·증여세’는 생활과 밀접한 세법으로 관심이 높지만, 많은 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알아가야 할지 막막하게 느낀다. 저자 역시 지난 1995년부터 세무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고객을 만나왔다. 저자는 세법이 법률이기에 한 글자, 한 단어로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어 잘못된 전달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용어로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절세’는 세무사가 연구해 고객에게 쉽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저자는 지난 30년간 세법을 쉽게 풀어 전달했고, 이 같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책을 펴냈다. 책은 지난 2023년 나온 초판을 개정한 것으로, 올해 개정된 상속증여세법을 모두 반영했다. ▲상속재산 분배방법(민법) ▲상속세 절세방법 ▲상속 및 증여 내산의 평가방법 ▲증여세를 절세하는 방법 총 4개 파트로 구성됐다. 세법의 개념부터 생활과 밀접한 실무 위주의 여러 가지 절세방법, 주의할 내용들을 책 한 권에 꾹꾹 눌러 담았다. 특히 초판보다 질문을 많이 추가해 총 121개의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구성했다. ‘결혼하는 자녀의 신혼집 마련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등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단순하게 던지면서도 ‘신혼집 마련’을 절세하며 도와줄 수 있는 5가지 방법을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또 연관된 내용은 질문의 번호를 적어 상속세·증여세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도왔다. 아울러 저자가 오랜기간 세무사로 근무하며 쌓은 생생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동시에 사례를 포함해 세법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저자는 “세법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으면 필요한 부분을 물어보기 쉽고 이해하기에도 수월하다”며 “독자들이 재미있는 소설책처럼 가까운 곳에 두고 읽으며 상속세·증여세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건너가는 마음┃하기정 지음. 모악 펴냄. 272쪽. 1만5천원] 하기정 시인은 시(詩)적 정서 속 삶과 체험에서 길어 올린 순간을 포착한 글들로 첫 산문집 ‘건너가는 마음’을 채웠다. 책은 3부로 구성했다. 1부 ‘빈 문서와 빚문서 사이에서’는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시적인 순간을 산문으로 끌어올려 압축과 은유로 제시한 글을 담았다. 저자는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삶에 대한 애착을 확장하고 있다. 산문이지만, 시의 영역 안으로 들여도 무방한 문장들이 밀집돼 있다. “돌 속에는 수없이 들었던 많은 귀와 말하지 못한 무거운 입이 들어 있다. (중략) 돌 위에 돌을 얹어 놓고 나는 근심을 하나 얻었다. 이 돌에도 적막과 결핍이 공평하게 들어 있을 것이다.” (‘돌 생각’ 중에서) 2부 ‘혼자인 것의 아름다움’에서는 시인으로서 문학을 바라보는 눈과 대상과 현상에서 오는 생각들을 자분자분하게 이야기한다. 3부 ‘오래전 그런 말이 있었지’는 저자의 마음에 아로새겨진 어린 시절과 경험들이 현재에 이르는 동안 영향을 주고받고 이어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았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현재에 이르는 순간을 포착해 풀어내는 글과 문체가 눈에 띈다. “시공간이 일직선 위에서 앞으로 가기만 한다면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현재 시각만 기억할 것이다. 길게는 분 단위로. 짧게는 초 단위로. 말도 안 되지만, 생각은 되었다. 시간의 기억이라는 중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과거를 불러올 수 있고 미래를 상상한다는. 사람들은 당연히 비웃겠지만, 혼자인 것의 아름다움을, 오동잎이 내 발등을 덮어주던 여섯 살, 그 감정의 정체가 먼 미래에 와서야 도착했다는 것을, 오래전 죽은 별이 오늘밤 내 눈에 들어왔다는 것을.”(‘혼자인 것의 아름다움’ 중에서) “태어난 날만큼 같은 수의 죽은 날이 있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만, 죽음을 배웅하러 가는 날보다 태어나는 사람을 맞이하러 가는 날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가고 사람은 남으니까요. 사람은 가도 그리움이 남아 있으니까요.” (‘사람은 가고 사람은 남고’) 이렇듯 저자는 일상 속 작은 순간들에서 발견한 깨달음과 사유들을 시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더욱 생생하게 그려내며 자신만의 시각과 통찰을 전한다. 저자는 2010년 시로 등단해 시집 ‘밤의 귀 낮의 입술’ ‘고양이와 걷자’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를 냈다. 선경문학상, 5·18문학상, 불꽃문학상, 시인뉴스 포엠 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번역, 필로소픽 刊]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해리 프랭크퍼트가 ‘개소리’에 대해 철학적으로 분석한 책은 2016년 국내에 출판된 이후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책의 철학적 가치와 깊이와 함께 그만큼 ‘개소리’가 만연한 사회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의미도 있을테다. 우선 해리 프랭크퍼트 교수는 특유의 꼼꼼한 개념분석을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개소리’에 담긴 숨은 의미와 그것의 사회적 파급력을 낱낱이 뜯어본다. 처음부터 그는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라고 단언한다. 또한 모든 이가 이런 사실마저도 알고 있다한다. 우리도 모두 개소리를 한 번씩은 하니까. 개소리의 개념풀이 이후 거짓말과의 분류 또한 시도한다. 프랭크퍼트에 의하면 거짓말은 개소리보다 더 나쁘고 악의가 있다고 사람들이 인식한다. 반면 개소리는 비교적 가볍고 덜 나쁜 것으로 취급되곤 한다. 과연 그럴까. 거짓말은 그와 반대되는 진실을 찾아보려는 어떤 노력이 수반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게 진짜인지 판별을 해보려는 개인과 사회의 노력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소리의 본질은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거짓도 진실에도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싸지른다. 즉 ‘개소리의 작업은 보다 광범위하고 독립적이며 음기응변과 꾸며냄, 그리고 창의적인 연기의 여지가 많다. 이것은 들인 노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예술의 문제’라고 말한다. 개소리는 꾸며내는 것, 독창적인 예술이란 것이다. 그리고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라고 단언한다. 개소리를 하는 자는 애초에 진실에 관심이 없다. 거짓말은 진실이 드러나면 힘을 잃지만 개소리는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이어진다.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위험한 이유다. 저자가 개소리의 개념을 분석한 뒤 비판하는 대상은 결국 개소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개소리에 관대한 사회다. 우리사회의 회의주의는 문제의 진상 파악과 객관적 탐구를 위한 노력이나 가치, 믿음을 저하시킨다. 이때 개소리는 확산된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단 한 번의 삶’ (복복서가 刊)] “때로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 이건 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 내겐 이 책이 그런 것 같다.” 소설가 김영하가 ‘여행의 이유’ 이후 6년 만에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을 출간했다. 지난해 유료 이메일 구독 서비스 ‘영하의 날씨’에 연재했던 글 열네편을 수정하고 다듬어 묶은 책이다. 저자는 그동안 보고, 겪고, 느낀 것을 기록하고 나누며 독자와 소통해왔다. 부지런히 쌓은 경험을 중심으로 사유를 펼쳐왔지만, 자신의 인생을 직접 꺼내어 내놓은 적은 드물었다. 이번 책에는 저자의 ‘삶’이 전면에 등장한다. 사적이고 내밀한 가족사와 함께 저자 자신의 삶을 무덤덤한 어조로 담아냈다. 이야기는 어머니의 빈소에서 시작된다. 알츠하이머를 앓다 돌아가신 저자의 어머니는 평생 자신의 결혼 전 삶을 자녀들에게 자세히 털어놓지 않았다. 저자는 그런 어머니의 장례식에 모여든 조문객들의 말을 듣고 어머니가 20대 때 군인이었던 사실을 알게 된다. 또 저자가 아버지에게 품었던 첫 기대와 실망도 돌이켜보면서 마음 한편에 쌓아뒀던 기억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지난 삶을 차근차근 톺아본다. 인생의 반환점을 막 돈 1968년생 ‘인간 김영하’는 ‘나는 왜 지금의 내가 됐나’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구해간다. 그리고 비슷한 질문을 독자에게도 전한다.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을까. 나는 무엇을 놓쳤고, 무엇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작가 삶의 에피소드가 나의 이야기로 전환되는 서사적 경험을 할 수 있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머무르고 싶었던 그 순간들] 도서출판 ㈜경향뉴스원이 함산 전병열 박사의 신간 수필집 『머무르고 싶었던 그 순간들』을 출간했다. 이 책은 저자가 수필가로 등단한 이후 발표한 글들을 모아 엮은 작품집으로, 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정직한 고백과 시대를 바라보는 깊은 사색을 담고 있다. 저자는 글쓰기를 ‘자신과의 대화’라고 정의하며, 글 속에 자신의 경험과 감정, 시대를 바라보는 통찰을 녹여냈다. 글을 쓰는 행위는 곧 성찰이자 치유이며, 이를 통해 스스로의 희로애락을 마주하고 독자에게 공감과 위안을 전하고자 했다. 『머무르고 싶었던 그 순간들』은 저자의 지난 인생 여정을 따라가며, 글을 통해 세상과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해온 기록이기도 하다. 수록된 글 한 편 한 편에는 삶의 조각들이 스며 있으며, 독자는 이를 통해 공감, 위로, 그리고 잔잔한 희망의 메시지를 마주할 수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전한다. “이 수필들은 단순한 경험의 나열이 아니라, 시대를 살아온 한 사람의 진솔한 목소리이자 우리가 함께 겪어온 희로애락의 기록입니다. 추억과 성찰을 나누고, 새로운 꿈을 꾸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되길 바랍니다.” 이 책에는 저자의 일상적 경험뿐 아니라 사회를 향한 통찰, 그리고 내면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고 정리해가는 저자의 여정은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하며, 일상 속 작고 사소한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머무르고 싶었던 그 순간들』은 독자들에게 삶의 깊은 울림과 위로를 전하며, 일상 속 작고 소중한 순간을 되새기는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개소리라 치부하고 넘길 수 없는…‘개소리에 대하여’(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번역, 필로소픽 刊)]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해리 프랭크퍼트가 ‘개소리’에 대해 철학적으로 분석한 책은 2016년 국내에 출판된 이후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책의 철학적 가치와 깊이와 함께 그만큼 ‘개소리’가 만연한 사회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의미도 있을테다. 우선 해리 프랭크퍼트 교수는 특유의 꼼꼼한 개념분석을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개소리’에 담긴 숨은 의미와 그것의 사회적 파급력을 낱낱이 뜯어본다. 처음부터 그는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라고 단언한다. 또한 모든 이가 이런 사실마저도 알고 있다한다. 우리도 모두 개소리를 한 번씩은 하니까. 개소리의 개념풀이 이후 거짓말과의 분류 또한 시도한다. 프랭크퍼트에 의하면 거짓말은 개소리보다 더 나쁘고 악의가 있다고 사람들이 인식한다. 반면 개소리는 비교적 가볍고 덜 나쁜 것으로 취급되곤 한다. 과연 그럴까. 거짓말은 그와 반대되는 진실을 찾아보려는 어떤 노력이 수반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게 진짜인지 판별을 해보려는 개인과 사회의 노력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소리의 본질은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거짓도 진실에도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싸지른다. 즉 ‘개소리의 작업은 보다 광범위하고 독립적이며 음기응변과 꾸며냄, 그리고 창의적인 연기의 여지가 많다. 이것은 들인 노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예술의 문제’라고 말한다. 개소리는 꾸며내는 것, 독창적인 예술이란 것이다. 그리고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라고 단언한다. 개소리를 하는 자는 애초에 진실에 관심이 없다. 거짓말은 진실이 드러나면 힘을 잃지만 개소리는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이어진다.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위험한 이유다. 저자가 개소리의 개념을 분석한 뒤 비판하는 대상은 결국 개소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개소리에 관대한 사회다. 우리사회의 회의주의는 문제의 진상 파악과 객관적 탐구를 위한 노력이나 가치, 믿음을 저하시킨다. 이때 개소리는 확산된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