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속의 융건릉은 산비둘기의 울음소리와 이름 모를 아름다운 새소리, 여름 버섯, 야생화가 피고 잘 다져지고 품격 있는 숲길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고 즐겁게 머무르게 해주었다. 내가 밟고 지나간 이 길이 끝이 보이듯 수많은 끝과 새로움이 길게 이어져 부모님을 뵙기 위해 먼 길을 능행하시는 정조대왕이 보이는 듯하다. <본문 ‘융건릉의 여름’ 중에서>
노영희 작가는 마주하는 일상을 정성껏 기록한다. 코끝의 공기, 비 맞은 소나무, 우연히 마주친 고라니, 정갈한 흙길까지 모두 소중하다. 독자들은 작가와 함께 산책 착각마저 들게 된다. 글이 길이 되고, 길이 글이 된다.
노영희 수필집은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그리움, 2장 날마다 봄인 걸 어쩌나, 3장 지난날들은 비로 내린다, 4장 품 안의 사랑은 천천히 자랐으면, 5장 길 위에 잠시 멈춰 선 순간, 6장 반짝반짝 빛나는 그리움 등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지나 자연과 행복에 천착한다. 풀물이 든 삼베 잠뱅이를 입던 아버지, 넘어진 작가를 걱정해준 아줌마, 태어난 지 200일 된 외손녀, 스카프 한 장에 소녀가 된 이웃들을 추억한다. 소박함과 진심은 작가가 삶을 대하는 태도다.
안성 출신의 노영희 작가는 2001년 『문예사조』 시 부문 신인상에 당선되며 문단에 입문했다. 이후 △경기도백일장 시 부문 최우수상 △CJ문학상 △동서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기후환경 분야에 관심도 깊어 △지구의 날 자연보호 백일장 최우수상 △전국 환경보호 논문 공모 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문학을 통한 생태 감수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박미경 인천대 전 초빙교수는 추천사에서 “그의 고향 산천에서 아직도 자라며 털끝으로 양분을 빨아들이고 옆 생명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라며 글의 뿌리를 상기시킨다. “그 나무는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모든 일상을 만나고 건강한 대지의 거름으로 건강하게 체험하며 신선하고 은근한 바람 속에 실어 우리에게 날려 보내주는 것이다”라며 ‘대지에서 자란 언어, 바람 타고 흐르는 글 향기’로 정의했다.
작가는 현재 화성시에서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독서지도와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