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지난해 부커상을 수상한 ‘궤도’가 독자들을 만났다.
미 항공우주국과 유럽우주국 자료, 실제 우주비행사의 경험을 토대로 책을 쓴 저자 서맨사 하비는 우주선에서의 일상과 이제껏 본 적 없는 행성의 모습을 시적인 언어로 펼쳐 보인다.
주인공이 24시간 동안 지구를 16번 도는 동안 우주선 안에는 포크와 나사, 전선, 한껏 부푼 침낭이 둥둥 떠다닌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끝을 모르는 새카만 우주가 펼쳐진다. 곳곳에는 빽빽하게 자리한 별이 있다. 낯설고 새로운 세상에서 마주한 지구의 모습은 갖가지 색이 어우러져 황홀감과 경이로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독자들은 우주에서 더없이 작고 평범한 지구를 낱낱이 뜯어보며 우주의 맹렬한 어둠에 몸을 맡길 때 비로소 찾아오는 온전한 평화와 위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태풍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섬 주민, 서로 반목하는 인간들의 국경이 반짝이는 밤, 푸른빛을 잃고 침침해진 광활한 바다, 듬성듬성한 아프리카의 도시 불빛까지.
고요히 지구를 관찰하는 우주비행사들의 시선을 쫓다보면 지금껏 봐온 세상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다소 거칠고 시끄러운 세상에서 잠시 멀어져 ‘인간’과 ‘지구’의 본질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책은 나아가 서로 다른 국적과 사연을 갖고 우주선에 탑승한 우주비행사들의 새로운 유대까지 조명한다. 정교한 묘사와 글 곳곳에 의도적인 쉼표와 공백을 만든 작가의 문체는 어렵게 읽혀야만 할 것 같은 내용이 술술 읽히는 경험을 하게 한다. 세계적인 SF 작가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이 호평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해 가장 좋았던 책이라고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