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드레북스 刊) 저자는 소외되고 버려진 것에 새롭게 가치를 부여하고 창조하는 능력, 거기에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덧대면 ‘혁신’이 된다고 강조한다. 당연한 것을 의심하고 통념을 뒤집는 ‘창의가’ 혁신을 만든다는 것이다. 기계와 로봇이 늘면서 제조공장과 물류창고에서 사람이 사라지고, 전산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사무실에서도 사람이 사라졌으며, AI 등장으로 고소득 전문직조차 자리를 내주고 있다. 저자는 이제 ‘그럭저럭 살던 시대는 끝났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 ‘창의’와 ‘혁신’이라고 진단한다. 기계와 AI가 학습할 수 없는 데이터에서 창의를 찾고, AI가 추론으로는 얻을 수 없는 혁신을 만들어 실행하는 것. 책에는 그 방법이 담겨있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됐다. 1장 나를 위한 경쟁력, 2장 새로움으로 통하게 하라, 3장 모두를 위한 시작이다. 저자는 철학자 질 들뢰즈의 리좀 모델을 인용해 줄기가 땅속으로 들어가 사방팔방 뻗어가는 뿌리처럼 장애물을 만나면 뚫거나 우회하고 결합해 성장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또 재료의 개성을 지키면서도 하나로 똘똘 뭉치는 비빔밥을 예로 들어 좋은 인재들을 융복합해 시너지를 내는 인간 촉매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책은 각 장마다 구체적인 사례와 실행 방안을 제시해 실용성을 높였다.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추천사에서 “창의와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이 책이 일상에서 단서를 찾아 상상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든다”고 평했다. 문규학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아시아·유럽 총괄은 “역사와 기술, 철학을 넘나들며 날카롭고 재기 넘치는 통찰을 풀어낸다”고 말했다. 또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인공지능 시대에 생존하려면 창의와 혁신이 일상이 되고 습관이 돼야 한다”며 “이 책은 불리한 상황과 조건을 버리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강점으로 바꿔 혁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양명학의 전개와 특수성을 사상사적 시각으로 조명한 학술교양서 ‘양명학’이 출간됐다. 이 책은 한국 사상가의 궤적과 철학적 개념을 탐구해 인간 안에 잠재한 사유와 문화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 기획한 ‘사유의 한국사’ 교양총서 여섯 번째 책이다. [양명학┃한정길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 펴냄. 600쪽. 3만5천원] 15~16세기에 형성된 양명학은 동아시아인들의 의식과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철학이다. 한국, 중국, 일본 삼국에서 양명학은 각국의 정치 문화와 학술 상황의 특수성으로 인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중국에서는 명대 사상의 주류로, 일본에서는 국민도덕학으로 기능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주자학자들의 비판 속에서 수용되고 특화된 경향을 보인다. 이는 한국 양명학의 특수성을 규명하기 위해 비교 연구가 필요하며 동아시아 내에서 한국 양명학 의의를 탐구해야 하는 이유다.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됐다. 한국 양명학 연구의 기존 철학사적 관점과 윤남한(1922~1979, 역사학자)이 제시한 사상사적 관점을 비교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나아가 양명학의 본질적 특성을 규명하고 범위를 확장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사상사적 관점의 연구 비중을 높여 한국 양명학의 전개 과정을 폭넓게 살펴본다. 저자인 한정길은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문화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양명학 연구자다. 조선시대 경학과 동아시아 양명학을 중심으로 사상사의 흐름을 연구한 그는 조선 지식인들이 양명학을 수용하고 변용해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조명해왔다. 발간까지 약 4년이 걸린 이 책은 단편적인 연구가 아닌 깊이 있는 통찰을 얻기 위해 한 명의 연구자가 일관되고 균형잡힌 시간으로 오래도록 탐구하고 쓴 책이다
[신간][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은유’에게 엄마란 존재는 태어나서부터 세상에 없던,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그래서 세상에 존재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비밀에 쌓인 사람이다. 아빠의 재혼이 다가올수록 은유의 마음은 뒤숭숭하기만 하고, 이러한 은유에게 아빠는 1년 뒤 자신에게 편지를 써보라고 제안한다. 21세기 소녀 은유의 편지는 엉뚱하게도 1982년을 살아가는 또 다른 ‘은유’에게 도착한다. “우리가 편지를 주고받게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야. 난 엄마의 비밀을 풀고, 넌 인생을 바꾸고”. 두 사람은 각자의 시간을 이용해 서로의 고민을 해결하기로 한다. 현재의 은유는 언니와 끊임없이 비교 당하는 1982년 은유에게 도움이 될 만한 미래의 일을 알리고, 과거의 은유는 2016년 현재의 은유가 평생을 궁금해 온 엄마의 존재를 대신 찾아나선다. ‘초딩’으로 시작됐던 호칭이 ‘너’, ‘언니’, ‘이모’ 등으로 바뀌는 동안 두 사람은 “넌 어때, 잘 지내?”라는 안부와 우정을 나누며 편지는 현재의 은유가 태어난 해인 2002년까지 계속된다. 2016년 은유가 1년을 살아가는 동안 1982년의 은유는 20년의 세월을 살아가고, 그 속도의 차이가 만들어낸 종착지에서 만난 두 사람 앞에는 감동스런 기적이 기다리고 있다.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꽃님 작가의 장편소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소중한 사람들을 영원히 잃어버린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가 담겨있다. 출간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교보문고 청소년 부문 베스트셀러 등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이 책을 덮고 나면 은유가 과거의 은유를 통해 치유를 받았듯 아름다운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새들의 집’ (황금가지 刊)] 현이랑 작가가 부동산 스릴러 ‘새들의 집’을 출간했다. 책은 부동산을 둘러싼 욕망과 그에 빠져 자아를 잃어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절규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책은 오래된 신도시인 ‘초월시’에서 재건축을 앞둔 구축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아파트에선 귀신 소동·자살 사건·동물 학대 사건 등이 일어나지만,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주민들은 감추기에 급급하다. 여기에 살인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평범한 가정주부인 은주가 집값을 지켜내겠다는 일념으로 직접 사건 해결에 뛰어드는 내용을 다룬다. 특히 책은 1주택 갈아타기·갭 투자·전세 사기 등 21세기 한국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집을 잃고 부동산에 임장을 다니는 척 비밀번호를 수집해 빈집에서 자는 사람,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에 나쁜 후기를 남긴 것을 이유로 드잡이질을 하는 이웃 등 부동산을 소재로 한 여러 인간상을 다루며 현실감을 더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문학동네 刊)] 5월 ‘가정의 달’이 어느덧 중반을 지나고 있다. 누군가에게 가족이란 피를 나눈 존재가 될 수도, 혹은 피보다 더 진한 무언가를 나눈 존재가 되기도 한다. 가깝고도 먼 존재인 가족에 대해 일년 중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지금, 가족에 관한 책 두 권을 소개한다. ‘은유’에게 엄마란 존재는 태어나서부터 세상에 없던,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그래서 세상에 존재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비밀에 쌓인 사람이다. 아빠의 재혼이 다가올수록 은유의 마음은 뒤숭숭하기만 하고, 이러한 은유에게 아빠는 1년 뒤 자신에게 편지를 써보라고 제안한다. 21세기 소녀 은유의 편지는 엉뚱하게도 1982년을 살아가는 또 다른 ‘은유’에게 도착한다. “우리가 편지를 주고받게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야. 난 엄마의 비밀을 풀고, 넌 인생을 바꾸고”. 두 사람은 각자의 시간을 이용해 서로의 고민을 해결하기로 한다. 현재의 은유는 언니와 끊임없이 비교 당하는 1982년 은유에게 도움이 될 만한 미래의 일을 알리고, 과거의 은유는 2016년 현재의 은유가 평생을 궁금해 온 엄마의 존재를 대신 찾아나선다. ‘초딩’으로 시작됐던 호칭이 ‘너’, ‘언니’, ‘이모’ 등으로 바뀌는 동안 두 사람은 “넌 어때, 잘 지내?”라는 안부와 우정을 나누며 편지는 현재의 은유가 태어난 해인 2002년까지 계속된다. 2016년 은유가 1년을 살아가는 동안 1982년의 은유는 20년의 세월을 살아가고, 그 속도의 차이가 만들어낸 종착지에서 만난 두 사람 앞에는 감동스런 기적이 기다리고 있다.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꽃님 작가의 장편소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소중한 사람들을 영원히 잃어버린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가 담겨있다. 출간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교보문고 청소년 부문 베스트셀러 등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이 책을 덮고 나면 은유가 과거의 은유를 통해 치유를 받았듯 아름다운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당연하게 사용하던 것들의 의미…‘도시를 만드는 기술 이야기’] 신간 ‘도시를 만드는 기술 이야기’는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도시 인프라의 원리, 역할, 기능을 분석하고 풀어낸 대중 공학서다. 책의 저자인 그레이디 힐하우스는 토목공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다. 특히 유튜브 채널 ‘프랙티컬 엔지니어링’을 운영, 공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영상을 제작해왔다. 저자는 고속도로 나들목은 왜 스파게티처럼 생겼는지, 태풍이나 홍수가 지나간 뒤 빗물은 모두 어디로 가는지 등 일상을 영위하게 만드는 핵심 인프라들을 상세히 펼쳐 보인다.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건축 원리와 작동 방식을 다채로운 그림으로 설명해 이해를 돕는다. 현대인의 평범한 일상은 밝은 빛을 주는 전력망,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 등이 역할을 하기에 가능하다. 책을 통해 주변의 일상적인 구조물을 필연적이고, 당위적인 존재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새로나온책] 좋은 박물관, 위험한 박물관] 학술 연구 및 사회 교육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인 박물관은 유물, 예술품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보존하며 전시하는 곳이다. 체험프로그램 등 여러 콘텐츠들을 운영하며 대중과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까지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규모가 작고 건물이 노후됐을지언정 우리에게 해가되는 ‘나쁜 박물관’이 존재할 수 있을까? 책 ‘좋은 박물관, 위험한 박물관’은 한성백제박물관장, 경기도박물관장 등을 역임한 저자가 들려주는 박물관 이야기로, 박물관의 역사와 유래, 우리나라 박물관의 현황, 국공립박물관의 역할 등을 담았다. 저자는 누군가 잘못한 일을 숨긴 채 덧칠·분칠한 박물관, 손톱만한 공적을 대문짝만하게 포장한 박물관, 근거 없는 내용으로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는 박물관, 핵심도 메시지도 없이 횡설수설하는 박물관 등을 가리키며, "사람들은 나쁜 박물관이 있다고 잘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그저 그렇거나 시원찮은 박물관이 있다는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세상에는 나쁜 박물관이 꽤 있다"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좋은 박물관은 어떤 곳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을 알려준다. 저자는 좋은 박물관의 기준으로 ▶ 전시·교육 내용이 믿을 만한 곳 ▶사회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앞날을 함께 고민하는 곳 ▶다양한 전문가 직원이 많은 곳을 꼽는다. 위의 박물관들은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학계와 소통하며 전시 및 교육프로그램을 기획·개발하며, 지역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모두를 위한 길을 찾아 만들어 가려 애쓰고, 여러 문화유산과 미래 유산을 직접 관리하며 조사·연구, 전시·교육을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또한, 책은 유네스코 통계 자료를 인용해 우리나라 박물관의 현주소를 살핀다. 인구 1만 명당 박물관을 1개씩 세운 미국을 비롯해 박물관 1개에 독일 1만2천 명, 프랑스 1만3천 명, 캐나다 1만7천 명, 이탈리아 1만8천 명, 영국 2만1천 명, 일본 2만1천 명꼴임을 언급하며, 전체 박물관 수 1천102개에 불과해 인구 4만6천 명당 박물관 1개인 우리나라와 비교한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저자는 선진국일수록 박물관 사회교육을 통해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시민의식을 고양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특히,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유럽 중심의 서구사회는 학교에서의 노골적인 이데올로기 교육 대신 사회교육을 통해 공동체 의식과 사회구성원의 공감대를 높여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려 노력해왔는데, 경험이 같을수록, 지식을 공유할수록 사람의 생각과 태도가 비슷해진다는 관점에서 박물관을 많이 지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국 국공립박물관들의 공적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책에 담겼다. 박물관에서 전시·교육·자료관리·조사연구 등을 담당하는 학예사가 되려면 치열한 경쟁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공정성을 높이려는 채용 방식의 한계 때문에 정작 박물관 학예사들의 전문성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세계 각국의 박물관을 생생한 사진과 친절한 설명으로실어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내며, 저자가 역사학자로 활동하고 박물관에서 일하며 겪은 다양한 경험과 안타까운 실수, 후회 등을 에피소드 방식으로 진솔하게 풀어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새로나온책] 어린아이처럼 울어도 좋아요] 힘든 운동에 활력을 더하는 경쾌한 음악, 리모컨 구매 버튼을 누르도록 자극하는 홈쇼핑의 중독성 있는 노래, 병원 대기실에서 흘러나오는 고요하고 잔잔한 연주곡까지 음악은 우리 생활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다양한 효과와 영향을 미친다. 음악심리치료사 김형미가 불안, 우울, 질병, 장애 등으로 힘겨운 날들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심리치료 지침서를 출간했다.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접하는 음악에 여러 정신요법들을 더해 삶에 지친 이들이 스스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국제도시 홍콩에 거주하며 다양한 인종의 내담자를 만났다. 그 경험 속에서 정신건강의학적 처치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마주했고, 일상에서 혼자 할 수 있는 다양한 요법들을 소개하게 됐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평범한 직장인에서 음악심리치료사의 길로 접어든 저자의 이야기와 내담자들의 사례, 다양한 치료 요법들의 특징과 강점, 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들을 전한다. 먼저, 1장에서는 직장인으로서 더 나은 직업 개발을 위해 MBA 과정을 밟던 중 음악심리치료사의 길로 접어든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와 함께 중증장애인을 보살피는 실습 이야기를 비롯해 음악심리치료란 무엇인지 설명한다. 여러 내담자들의 사례를 담은 2장에서는 장애, 우울 증세, 직업 생활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어려움에 처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를 통해 음악심리치료와 같은 외부 도움만으로도 치유와 회복의 힘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마지막 3장에는 혼자서도 해볼 수 있는 심리치료 요법을 안내한다. 또한, 실제 내담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음악 목록을 실어 QR코드를 통해 바로 들을 수 있게 수록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악어의 눈’ (디지북스 刊)] ‘푸른 경전’, ‘공무원’, ‘궁평항’에 이어 정겸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악어의 눈’을 출간했다. 특히 이번 신간은 전자책 형태로 발간돼 스마트 기기를 통해 어디서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시집은 시인의 고향인 화성시 궁평항과 송산면 공룡알 화석지를 배경으로 삼았다. 시집은 대기업에서 구조조정된 뒤 귀농한 농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인은 구조조정의 대상자가 됐을 때 인사부장을 ‘악어의 눈’으로 생각하며 원망했는데, 귀농한 뒤 배추묘를 생산하기 위해 어린 싹들을 뽑는 모습을 되돌아보며 마치 어린 싹들이 구조조정 당시 시인의 모습과 닮았다고 회상한다. 그는 별을 보고 출근해 별을 보고 퇴근하는 사람들, 비탈진 산동네를 내려와 조조할인 버스를 타고 새벽 인력시장에서 운이 좋게 건설 현장으로 가는 순간 등 소소하지만 녹록지 않은 우리네 삶의 모습을 담았다. 동시에 인생에 대한 통찰, 현대인들에 대한 따뜻한 위로 등을 담아냈다. 정겸 시인은 경기도청에서 30여 년간 근무한 공무원 출신으로, 2003년 ‘시사사’로 등단했고, ‘공무원문예대전’ 시·시조 부문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또 ‘경기시인상’ 공무원 재직 공로로 대통령상과 홍조근정훈장 등을 받았다. 현재 ‘빈터문학회’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로 재직 중이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 카카듀┃박서련 지음. 안온북스 펴냄. 360쪽. 1만6800원] 소설가 박서련이 '체공녀 강주룡'(한겨레출판·2018)에 이어 두 번째로 쓴 역사소설이다. 1928년 경성 관훈동에 조선인이 차린 첫 서양식 카페 '카카듀'의 주인 이경손(1905∼1978)과 현앨리스(현미옥·1903~1956?)의 이야기를 다뤘다. 소설 속 화자 이경손은 의관 집안 출신이지만 신학, 예술 등을 공부하고 영화감독과 배우로 활동하며 '보헤미안'을 꿈꾼 식민지 조선의 청년이다. 사촌누나의 딸이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오촌 조카 앨리스가 찾아와 당시 '끽다점'이라 불린 카페 창업과 동업을 제안한다. 이경손이 성인이 돼 다시 마주쳤을 때 "신파, 신파다. 새 시대의 얼굴이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신여성이 바로 앨리스였다. 3·1운동이 일어난 지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엄혹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예술인들이 끽다점이자 문화예술 공간인 카카듀로 모인다. 그중엔 보헤미안도 있고, 코뮤니스트(사회주의자)도 있다. 나운규, 김명순, 이음전(이애리수) 등 당대의 예술인은 물론 심훈, 박헌영 등 역사적 인물이 소설 속을 거닌다. 경성과 부산을 오가는 영화계 풍경도 흥미롭게 쓰였다. 박서련은 카카듀를 운영하던 시절 이경손과 앨리스의 흐릿한 행적에서 그 시대 젊은 예술가들의 고민을 읽어 냈다. 카카듀에서 열린 성탄 파티에 참석한 예술가들이 왁자지껄하게 '아리랑'을 부르다 바깥에서 일본 경찰이 들으면 어쩌나 걱정하다가도, 술과 흥에 취해 다시 목소리를 높이는 '식민지와 청춘'을 무겁지 않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풀었다. "옛말에 초상난 절에 중은 많다고 하였던가. 그 말을 처음 한 사람은 후일 이 망국의 수도에 이렇게도 많은 예술가가 날 줄 미리 내다보았을까. (중략) 때로 내게는 경성 전체가, 나아가 조선 전체가 거짓의 전당처럼 느껴졌다." (102쪽) 이처럼 방황하는 이경손에게 변화를 가져다 주는 이는 비밀을 감춘 앨리스다. 현앨리스는 특히 인천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 현순(1879~1968)은 인천 내리교회와의 인연으로 하와이 이민 초창기인 1903년 통역관을 맡아 제물포에서 하와이로 이민단을 인솔했다. 이후 하와이 한인교회 담임목사, 상하이 임시정부 내무차장 등을 지낸 독립운동가다. 하와이에서 태어난 첫 조선인 2세가 현앨리스다. 카카듀가 실은 독립운동 거점을 꿈꿨다는 작가의 상상력은 여기서 비롯됐다. '거짓의 전당'이라는 의미를 품은 카카듀라는 끽다점 이름이 소설 후반부로 갈수록 의미심장해진다. 소설에선 다루지 않지만 앨리스는 해방 이후 미군정 군속으로 일했고,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서 행적이 확인된다. 소설 '카카듀'는 현앨리스의 행적 중 가장 흐릿한 1928~1929년을 포착했다. 박서련은 '작가의 말'에서 "허구적 재현이 역사가 미처 포착하지 못한 진실에 스칠 때가 있다고 믿는다"며 "역사-소설이라는, 허구인 동시에 진실의 가능성을 내표하는 양가적 상태는 이러한 믿음 위에서 비로소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 (휴머니스트 刊)] ■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 (휴머니스트 刊) 산문집 ‘하고 싶은 말이 많고요, 구릅니다’로 “어리고 장애가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유튜버 ‘구르님’이 2년 만에 인터뷰집으로 돌아왔다. 20대 여성 뇌병변 장애인인 김지우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장애의 미래를 본다. 책은 젊은 여성 장애인인 저자가 10~60대 여성 뇌병변 장애인 6명을 인터뷰하며 발견한 뇌병변 장애인의 삶을 담았다. 저자는 엄마, 여동생이 있지만 그들은 장애인이 아니기에 삶의 경로에서 저자와 ‘같은’ 고민을 공유하기 힘들 때마다 아쉬워하곤 했다. 이에 저자는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언니들’에 집착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자칭 ‘언니 수집가’인 저자는 여섯 명의 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고, 이들은 여성 장애인 공통의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유지민, 주성희, 홍서윤, 박다온의 이야기에 이어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전윤선, 김효선의 이야기를 더했다. 책은 10대에서 60대까지, 소녀에서 할머니에 이르는 장애 여성들의 용기와 활력이 녹아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슷한 장애가 있더라도 그들의 삶이 비슷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장애의 지평을 넓힌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새로나온책]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마음이나 의지를 가다듬고 단련하여 강하게 하다." 나의 버림이 나의 벼림으로 이해받을 수 있다면 장황하게 늘어놓은 제 말을 이제라도 거두고자 하는 후회로부터 조금은 가벼워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함께하며’ 중에서) 대한민국의 전 축구선수, 현 축구 지도자 손웅정 감독의 말들을 담은 책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가 출간됐다. 이 책은 손웅정 감독이 2010년부터 작성해 온 여섯 권의 독서 노트를 바탕으로 2023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김민정 시인과 수차례 진행한 인터뷰를 실었다. 그의 독서 노트는 아들인 손흥민 선수를 포함한 가족 누구에게도 보인 적이 없었다. 누구에게도 보여줄 생각 없이 "그저 나 하나 좋자고 시작한 아주 사소한 일"이었기에 손 감독 스스로는 이 독서 노트를 보잘것없다고 겸손히 이야기한다. 그러나 노트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축적해 온 시간 속에는 그가 온몸으로 부딪치며 통과해 온 질문들, 여러 난관을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통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손 감독은 좋은 책을 찾으면 최소 세 번 이상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검정 볼펜, 두 번째에는 파랑 볼펜, 세 번째는 빨강 볼펜을 사용해 노트에 옮겨 적는다. 외울 문장에는 줄을 긋고 사자성어나 새길 단어에는 별 표시를 하고, 더 공부할 생각거리들은 메모하며 책을 읽고 노트에 필사한다. 그 내용은 역사, 인물, 상식, 고전, 영어, 한문, 운동 등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집중하고, 필요 없는 걸 버리며 창조적으로 만들어가는 손 감독만의 공부 그 자체였다. 그에게 독서는 자신에게 지금 간절하게 필요한 문장을 찾고, 그 통찰을 발판 삼아 지금 처한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려는 시도였다. 어떻게 이 세상을 잘 살아나갈 것인지, 책과 저자의 지혜를 빌려 멀리, 깊이, 넓게 보려는 노력이었다. 그렇기에 손 감독은 노트 필사를 가리켜 자신이 읽고 쓴 것을 몸이 이해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마치 노트가 아닌 자신의 몸에 글씨를 쓰는 일과 같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독서 노트를 기반으로 나눈 대화들에는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는 신선한 관점,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닌 물고기를 잡는 법을 넌지시 일러주는 따뜻한 진심이 담겨 있다. 축구 인생 50년, 독서 인생 30년을 아우르는 그의 담박한 인생철학이 ▶기본 ▶가정 ▶노후 ▶품격 ▶리더 ▶코치 ▶부모 ▶청소 ▶운동 ▶독서 ▶사색 ▶통찰 ▶행복 등 13가지의 키워드를 통해 독자와 단둘이 대화를 나누는 듯 친근하게 다가온다. 시시각각으로 매번 다른 상황이 펼쳐지는 축구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우리 삶과 비슷하다. 순간순간 바뀌는 공간 정황을 빠르게 인지하며,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즉흥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몸으로 상대와 부딪치며 계속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 운동장에서처럼, 우리는 삶에서도 실수하고 실패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실시간으로 극복하며 자기 것을 만들어가야 한다. 완전한 사람도 완성된 사람도 없기에 계속 청소하고 고민하고 운동하고 책을 읽자고 손 감독은 우리에게 권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