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기 시·판화집 ‘나쁜 꿈 시사회’ 표지] “나는 먼 옛날의 태양에서 왔다. 땅거미가 지면 스스로 밝게 드러내는데 몸은 죽은 자의 피부처럼 차다. 춥고 어두운 행성들 사이를 오래 지나왔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 뜨거웠던 기억이 없다.” (이창기 시 ‘머리에 등불을 얹은 사람’ 중에서) 1984년 ‘문예중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창기 시인이 40여년 만에 신작 시와 판화를 갖고 인천으로 돌아왔다. 시인은 1959년 서울에서 나서 인천에서 자랐다. 인천은 시인에게 문학의 고향이다. 시인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1978년 1월 인천 공보관에서 친구들을 모아 첫 시화전을 열었다. 그리곤 ‘입산수도’(入山修道)를 꿈꾸며 인천을 떠났다. 그동안 시인은 ‘꿈에도 별은 찬밥처럼’(1989), ‘이생이 담 안을 엿보다’(1997),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2005), ‘착한 애인은 없다네’(2014) 등 4권의 시집을 냈으며, 문학 평론가로서 자신의 문학론을 펼치기도 했다. 시인은 이번에 52편의 신작 시와 함께 직접 만든 목판화를 선보인다. 시·판화집 ‘나쁜 꿈 시사회’에는 시 한 편에 갑골문자를 연상하게 하는 목판화 한 작품씩을 함께 실었다. 책 자체가 하나의 시화전을 보는 듯하다. 이창기 시인은 실제로 시·판화전을 열기로 했다. 시인은 전시를 갖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지금은 껍데기만 남았지만, 한때 시화전은 독자와의 소통을 위한 문학적 행위의 일부였다. 물론 출판은 여전히 강력한 문학의 유통 수단이지만, 태생적으로 출판은 시장의 영향 아래 있고, 그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쓰기의 자유를 누리면서 어떻게 자신만의 고유성을 지킬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시인이 시와 판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나쁜 꿈’은 무엇일까. 시인은 “대개 망각과 부재로 이뤄져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 해몽은 길하다”며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과 얻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감기처럼 달고 사는 우리”를 애써 위로한다. 시·판화집의 작품들은 오는 14일부터 19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 2에서 책 제목과 같은 ‘나쁜 꿈 시사회’라는 제목의 전시로 만날 수 있다. 이달 21일부터 내달 22일까지는 경기 파주 문발리헌책방골목 블루박스에서, 12월9일부터 28일까지는 여주 세종도서관에서 연달아 전시를 연다.
[도리스 위시먼의 영화들┃알리시아 코즈마 외 10명 지음. 김효정 옮김. 교유서가 펴냄. 416쪽. 2만8천원] 도리스 위시먼(Doris Wishman·1912~2002)은 세계 최초의 여성 성인영화 감독이다. 그는 포르노 영화가 성행하기 이전 ‘누디 큐티스’(Nudie cuties)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던 나체 영화들로 시작해 섹스플로테이션의 중추라 할 수 있는 하드코어 영화들, 그리고 퀴어 다큐멘터리와 에로틱 호러까지 다양한 성인 영화들을 연출·제작했다. 동시에 위시먼은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편수의 영화를 만든 여성 감독이기도 했다. 위시먼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총 31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그는 활동기 이후로 하버드 대학교, 뉴욕 현대미술관(MoMA)을 포함한 학계와 세계적 예술 관련 기관에서 재평가받고 있는 유일무이한 섹스플로테이션 감독이다. 위시먼은 왜 주목받을까. 조앤 호킨스는 ‘도리스 위시먼의 영화들’ 서문에서 “이 책은 착취와 언더그라운드 분야의 주목할 만한 공백을 메울 뿐만 아니라 착취와 주류 영화와의 관계에 대한 더 큰 질문을 던진다”며 “동시에 독립 제작에 뛰어든 여성들에게 열려 있는 길(지위 고하를 막론하고)과 미국 독립영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종종 간과되는 여성들의 역할에 대해 탐구한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위시먼의 경향 중 하나로 그의 ‘섹스 영화’에는 섹스가 없다는 점을 조명한다. 위시먼은 영화사에서 가장 남성중심적인 섹스플로테이션 산업에서 가장 여성주의적인 성인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로 참여한 학자들은 위시먼의 영화들이 어떠한 방식과 기술적 속임수로 여성 착취의 전통을 전복했는지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은 위시먼을 중심으로 역동적인 페미니즘 영화 이론의 성과를 모았다. 원서의 저자로도 참여한 영화평론가 김효정(Molly Kim) 박사가 책을 번역했다.
[‘폭염 살인’ (웅진지식하우스 刊)] ■ 폭염 살인 (웅진지식하우스 刊) 이 책은 산업혁명 이후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2023년을 예견한 책으로 출간되자마자 미국에서 큰 화제를 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 제프 구델은 수년간 남극부터 시카고, 파키스탄, 파리 등을 오가며 폭염의 생생한 현장을 취재해왔다. 책에는 평균기온 섭씨 45도의 생존 불가지대에서 살아가는 파키스탄 시민들, 야외 노동 중 희생당한 멕시코인 노동자와 미국 옥수수 농장의 농부들, 수십 명의 기후과학자부터 서식지를 잃은 북극곰까지 그들의 처참한 이야기와 폭염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한다. 저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육상 동물들이 10년마다 약 20㎞씩 북상하는 야생의 대탈출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전염병 매개체들의 서식지도 북상해 코로나19는 팬데믹의 서막일 뿐, 폭염이 질병 알고리즘을 새로 쓰고 있다고 피력한다. 이에 저자는 폭염을 피할 수 없다면 그 위험을 적극 알리기 위해 허리케인처럼 폭염에 이름을 붙이고 이미지화하는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극한 더위가 불러올 예측 불허의 재앙 앞에서 폭염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할 수 있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 푸른사상 시선 189 그 길이 불편하다┃조혜영 지음. 푸른사상 펴냄. 136쪽. 1만2천원] 조혜영 시인의 세번째 시집 '그 길이 불편하다'는 1부로 묶인 '급식 일지' 연작이 인상 깊다. 시인이 화자로 등장하는 '급식 일지' 연작은 학교 급식실 현장에 들어간 듯 생생한 시어로 기록한 노동시이자 사실상의 르포로 보인다. '식당 아줌마에서 여사님으로/ 여사님에서 조리원으로/ 조리원에서 조리 종사자로/ 조리 종사자에서 조리 실무자로' 그 이름을 얻기까지 30년 세월('급식 일지-이름')을 거친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모습을 우리는 배식 과정에서야 겨우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조리실에서 그들은 '펄펄 끓어 늘어지는 어묵 가락을 흔들'며 때론 뒹굴듯 웃거나('급식 일지-어묵국'), 때론 '새벽에 야채 식자재 싣고 오는 청년'에게 종이컵에 탄 커피를 건네거나('급식 일지-배달청년'), 때론 어깨 수술로 입원한 동료 노동자의 병문안을 우르르 몰려가 '기계 소리보다 목소리가 더 큰 여럿이서 떠들다' 간호사한테 주의를 듣기도('급식 일지-병문안') 한다. 평범한 일상처럼 보이는 장면도 있지만, 급식실은 과중하고 위험천만한 노동 현장이다. '야채 절단기에 짜장밥 재료 중/ 애호박 써는 작업을 하다/ 손가락이 빨려 들어간 김은/ 급히 병원으로 가고/ 김의 빈자리를 채워 다시/ 기계를 돌려 감자도 썰고 양파도 썬다'는 급식실 노동자들은 점심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에 일을 멈출 수 없다.('급식 일지-야채 절단기') 기름 솥에 던져 넣은 돈가스가 튀어 올라 180℃의 기름과 함께 화자의 목덜미에 방점을 찍는 순간 '살과 기름이 엉겨 달라붙어 흘러내리다/ 붉은 지렁이가 되었어요'라곤 하지만, 그 순간엔 다쳤는지도 모르고 일에 열중('급식 일지-화상')한다. 곧 점심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튀김이나 구이, 볶음 등/ 조리할 때 나오는 연기와 미세먼지가/ 1급 발암물질이며/ 황사보다 더 작은 조리 퓸이/ 사람들 입으로 코로 빠르게 들어간다', '그 발암물질이 일반 기준보다/ 4배에서 6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교육청과 정부에서 모를 리 없지만' 당국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것을 급식실 노동자들은 자신의 몸으로 깨닫게 되는 현실('급식 일지-폐암')이다. 시인은 인천노동자문학회에서 활동한 인천작가회의 회원이며, 제9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인의 시선은 급식실 너머 구호가 퍼지고 깃발이 펄럭이다 사라진 광장으로, 아사히글라스 농성장으로, 해직자만 남기고 사라진 부평의 기타 공장 농성장으로,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고공 농성장으로,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현장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연대하고자 한다. 한편으로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내가 거리에서 광장에서 함께할 때는 사람도 깃발도 희망이었다. 지금은 그리움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닥친다. 내가 서 있는 곳과 가야 할 길이 여전히 혼란스럽고 때론 버겁다"고 고백한다. 시집 곳곳에서 이 같은 고민이 묻어나면서도 '나에게 노동해방은/ 간절함과 설렘이라고/ 아직은'이라며 희망을 기약('누가 나에게 다시 노동해방이 무엇이냐고 묻더군')하기도 한다. 시집에는 오래전 작고한 노동시인에 대한 것으로 보이는 시 '미투'가 수록됐다. 그 시인의 문학적 업적과는 별개로, 우리는 이 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가 발간한 NJP리더 13 ‘백남준의 트랜스미션 : 두 세기에 걸친 여정’ 표지.] 백남준아트센터의 NJP 리더는 연례 국제학술심포지엄 ‘백남준의 선물’과 연계해 출간하는 학술연구서로, 이번 호에는 미술관에 소장된 야외 미디어 설치 작품의 수집, 전시, 보존, 기록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연구 성과를 담고 있다. 백남준의 대표 야외 설치 작품 두 점을 중심으로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자동차와 레이저의 설치 가변성, 미술관 수집과 보존에서 고려해야 하는 지점들에 대해 작가, 백남준아트센터와 리움미술관의 큐레이터와 테크니션, 보존전문가의 경험 사례를 엮었다. 책은 모두 3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백남준의 설치작품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 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조용히 연주하라’의 제작과 수집과 보존에 대한 기록과 견해를 다룬다. 이어지는 2부는 작품 ‘트랜스미션 타워’의 구성과 전시, 그리고 백남준의 레이저 작업에 대한 글로 채워져 있으며, 3부에는 ‘미술관에서 작품이 살아남는 법’이라는 주제로 동시대 예술작품의 미술관 수집과 보존에 대한 현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각 작품의 수집과 전시, 보존과 설치, 기록에 참여했던 작가와 학예연구사들의 사례들을 생생하게 정리하고, 가변 미디어 설치 작품들의 보존과 복원 분야에서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의 보존과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관점의 질문을 던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NJP 리더 13 ‘백남준의 트랜스미션: 두 세기에 걸친 여정은 백남준아트센터 누리집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새로나온책] 살아 있는 모든 것에 안부를 묻다 ‘수많은 지구의 생명이 나를 둘러싼 채 소용돌이치고 있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며, 융성하고, 싸우고, 사랑하면서 살아간다.’(‘들어가는 말’ 중에서) 스웨덴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니나 버튼이 문학, 철학, 과학, 역사, 언어 등을 아우르며 자연에서 발견하고 깨달은 것들을 기록한 책 ‘살아 있는 모든 것에 안부를 묻다’를 펴냈다. 평생 글을 쓰는 삶을 살아 온 작가는 어느 날 한적한 시골에 있는 별장을 개조해 집필 작업 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오랜 시간 비어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곳에는 무수한 생명이 활기차게 지내고 있었다. 자연스레 새에서부터 벌, 개미, 다람쥐, 여우, 물고기, 나무, 꽃, 풀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동물과 식물을 살펴보며 수많은 영감을 얻었고, 커다란 세상을 이루는 작은 존재들과 소통하고 공생하기 위해 자연과 생명을 탐구하는 여정을 책으로 써내려갔다. 그는 ‘지구가 특별한 하나의 종, 그러니까 인간에게 특별한 혜택을 베풀기 위해 나머지 800만 종의 생물에게 살 곳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생명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자유롭고 독립된 개체이며, 이 세상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구성원이기에 모두가 다른 모두에게 의지해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분명 자연은 감동을 선사하는 장면을 끝없이 만들어 내고 있음을 강조하며 다양한 사례들을 들려준다. 인류는 1만 년 전쯤 땅을 경작했지만 개미는 이미 5000만 년 전부터 농사를 짓고 있으며, 철새의 뇌에는 마치 나침반과 날씨 위성이 장착돼 있는 듯하다. 여우는 지렁이가 풀 사이를 기어가며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돌고래는 반향 위치를 측정하는 능력으로 100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는 물체가 무엇인지를 파악한다. 수컷 모기는 몇 킬로미터 밖에 있는 암컷 모기의 냄새를 맡을 수가 있으며, 나무는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다른 나무들의 안위를 묻고 마음을 쓴다. 이렇듯 우리는 눈치 채지 못하고 있지만 그 곁에서 평화롭고 분주하게 생활하고 있는 존재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작가 특유의 다채로운 관점으로 그려 낸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이야기는 대자연의 경이로운 일상을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 고독과 유대, 자유와 단합을 넘나드는 동물, 식물, 인간과 그 관계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 인간의 모든 지식과 기술, 감각을 동원하더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전부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은 우리가 그들의 존재를 존중하고, 서로 간의 연대와 협력을 이해하고 지켜 줘야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게 전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에 안부를 묻는 일은 곧 우리 스스로에게 따뜻한 행복을 선사하는 일이라고.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새들의 집’ (황금가지 刊)] 현이랑 작가가 부동산 스릴러 ‘새들의 집’을 출간했다. 책은 부동산을 둘러싼 욕망과 그에 빠져 자아를 잃어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절규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책은 오래된 신도시인 ‘초월시’에서 재건축을 앞둔 구축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아파트에선 귀신 소동·자살 사건·동물 학대 사건 등이 일어나지만,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주민들은 감추기에 급급하다. 여기에 살인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평범한 가정주부인 은주가 집값을 지켜내겠다는 일념으로 직접 사건 해결에 뛰어드는 내용을 다룬다. 특히 책은 1주택 갈아타기·갭 투자·전세 사기 등 21세기 한국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집을 잃고 부동산에 임장을 다니는 척 비밀번호를 수집해 빈집에서 자는 사람,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에 나쁜 후기를 남긴 것을 이유로 드잡이질을 하는 이웃 등 부동산을 소재로 한 여러 인간상을 다루며 현실감을 더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신간소개]온라인 설계는 어떻게 우릴 조종할까…‘다크패턴의 비밀’] 나도 모르게 새 구독료가 빠져나가고 ‘한정’, ‘마감’ 알림에 조급해하며 결제 버튼을 누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용자의 자율성, 의사결정, 선택을 방해하거나 손상하도록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다크패턴’이라고 한다.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방식인데, 검색대를 통과해 비행기를 타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공항 쇼핑몰이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다크패턴의 방식을 낱낱이 공개한 ‘다크패턴의 비밀’이 출간됐다. 책의 저자인 해리 브리그널은 지난 2010년 ‘다크패턴’을 처음으로 정의해 공론화했다. 저자는 책에서 ‘착취적 디자인 전략’이라 부르는 다크패턴 설계가 인간의 여러 취약성을 어떻게 이용해서 온라인 설계에 반영하는지 보여준다. 색상대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부분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메시지를 놓친다거나, 스크린의 글을 꼼꼼히 보지 않고 훑어보기로 읽는다는 인간의 지각적 특징, 디폴트 효과·앵커링·프레이밍·사회적 증거·희소성 효과·매몰 비용 오류 등 인지 편향을 일으키는 심리적 특성까지 다루고 있어 지금까지 어떻게 다크패턴에 당해왔는지 알 수 있다. 특히 EU와 미국 등 선진국의 다크패턴 관련 법률을 살펴보고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담아 다크패턴의 지침서로 불리기도 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격동의 대한민국 100년 살피는 ‘20세기 한국학술총서’ 첫 권 발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은 ‘한국학대형기획총서사업-20세기 한국학술총서’의 첫 작품으로 ‘제5공화국’(강원택 지음)이 발간됐다고 30일 밝혔다. ‘20세기 한국학술총서’는 근대화 이후 우리나라가 겪은 아픈 과거와 어두운 면을 성찰함으로써 21세기 대한민국이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기획됐다. 1901년부터 2000년까지 지난 100년간의 식민지시기, 분단과 전쟁, 권위주의, 산업화 등을 주제로, 2029년까지 총 50권의 총서를 완간할 계획이다. 한국학진흥사업단에서는 ‘한국학대형기획총서사업’을 통해 ▶20세기 한국사의 명암을 다루는 ‘20세기 한국학술총서’ ▶21세기 한국 사회의 각종 화두를 살펴보는 ‘21세기 한국문화총서’ ▶한국 예술의 제 분야를 살피는 ‘한국예술총서’ 등 여러 전문 학술서의 집필을 지원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출범한 ‘20세기 한국학술총서’의 첫 작품으로 ‘제5공화국’이 이번에 출간된 것이다. 이 책은 8년의 제5공화국 시간 동안 우리 사회가 겪은 변화, 현재 우리의 삶에 남겨진 제5공화국의 흔적을 살핀다. 군사정권과 억압체제의 형성 그리고 그 역사적 의미를 한국 정치사의 관점에서 파악한다. 이를 통해 제5공화국이라는 역사적 실체를 우리가 어떻게 마주하고 극복해 갔는지 또 그 결과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조명한다. 한편, 한국학진흥사업단은 이외에도 ‘식민과 냉전의 해방전후 한국문학-남북협상파 문인의 통일독립에의 열망과 좌절’, ’일본제국의 식민지 토지조사와 동아시아‘ 등 현재까지 총 25개 과제를 선정했다. 2029년까지 매년 5개 과제를 선정해 책으로 출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시선의 끝,유희숙 / 선우미디어 / 158쪽] ‘어머니의 고무신’으로 제159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유희숙 시인이 3년 만에 첫 시집 ‘시선의 끝’을 출간했다. 책에는 시인이 그동안 써내려간 300여 편의 시 중 90여 편을 선별해 실었다. 정제됐지만, 낯설지 않은 언어들에 담긴 그의 시선의 끝에는 어머니를향한 그리움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묻어난다. 햇살 좋은 봄날/ 봄 시샘하던 바람도 졸고 있는 한낮// 물기 바짝 말라 누워만 있던 어머니/ 오랜만에 툇마루 나와 기대어 앉으신다// 마당에서 깔깔대며 뛰어노는 어린 손자들/ 무채색 그늘이 덮여 있던 어머니 얼굴/ 잠시 환해진다(‘어머니의 극락’ 중에서) 시인은 일상의 작은 순간도 쉽사리 놓치지 않고 애정 어린 눈으로 살핀다. 툇마루에 앉아 "잠시 환해진" 어머니의 얼굴에 "오늘은 좀 어떠세요?"라는 질문을 건네며 다정한 안부를 건넨다. 또한, 단어 하나하나 그림을 그려가듯 섬세하게 순간을 포착해 무심코 지나쳐왔던 일상의 감정들을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밤새 베갯잇 물들이며 썼다가 지우기를 수십 번/ 곱게 접은 하얀 편지// 빨간 우체통 앞 작은 비둘기 한 마리/ 한참을 망설이다가/ 우체통 안으로 날아든다// 그만 들켜 버린 분홍빛 마음/ 종일토록 가슴만 뛴다’(‘우체통과 비둘기’ 중에서) 존재조차 잊혔던 길가의 우체통과 피해 걷기 바빴던 비둘기마저도 그의 시에서는 설렘을 전하는 소재가 돼, 풋풋한 사랑에 빠진 이의 모습과 감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특히, 시 ‘하루는 너무 길거나 짧다’에서는 펄럭이는 날개로 "쏜살같이 하늘을" 날고, "그대, 하늘과 내가 한 몸이 될 수 있을까"를 염원하며 "사랑을 찾아 헤맨 하루는/ 너무 길거나 너무 짧다"고 말한다. 사랑을 그리는 과정마저 한 폭의 수채화를 펼친 것처럼 눈에 선하게 담아냈다. 이렇듯 시인의 따뜻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는 "지름길 돌아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생애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수줍게 새싹을 내민"(시인의 말) 일상의 감동들을 마주하게 된다. 김홍신 소설가는 추천사를 통해 "유희숙 시인은 떠도는 마음을 끌어안아 사뿐 자박 걷게 하는 참 어여쁜 시심을 가졌다"면서 "천하 만물을 사랑과 잉태와 포용으로 가꾸는 시인의 정신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향기 그윽하게 한다"고 전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다크패턴의 비밀 (어크로스 刊)] 나도 모르게 새 구독료가 빠져나가고 ‘한정’, ‘마감’ 알림에 조급해하며 결제 버튼을 누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용자의 자율성, 의사결정, 선택을 방해하거나 손상하도록 설계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다크패턴’이라고 한다.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방식인데, 검색대를 통과해 비행기를 타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공항 쇼핑몰이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다크패턴의 방식을 낱낱이 공개한 ‘다크패턴의 비밀’이 출간됐다. 책의 저자인 해리 브리그널은 지난 2010년 ‘다크패턴’을 처음으로 정의해 공론화했다. 저자는 책에서 ‘착취적 디자인 전략’이라 부르는 다크패턴 설계가 인간의 여러 취약성을 어떻게 이용해서 온라인 설계에 반영하는지 보여준다. 색상대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부분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메시지를 놓친다거나, 스크린의 글을 꼼꼼히 보지 않고 훑어보기로 읽는다는 인간의 지각적 특징, 디폴트 효과·앵커링·프레이밍·사회적 증거·희소성 효과·매몰 비용 오류 등 인지 편향을 일으키는 심리적 특성까지 다루고 있어 지금까지 어떻게 다크패턴에 당해왔는지 알 수 있다. 특히 EU와 미국 등 선진국의 다크패턴 관련 법률을 살펴보고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담아 다크패턴의 지침서로 불리기도 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새로나온책] 만남 ‘그렇게 자기 일만 외곬으로 하다가 떠난 한 예술가를, 나는 있는 그대로 사랑했기 때문에, 그를 윤색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인간의 약점은 뒤집어보면 장점이기도 하고, 어쩌면 인간스러운 점이기도 하지 않습니까.’(머리말 중에서)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이 남편 고(故) 이어령 선생에 관해 쓴 에세이가 출간됐다. 대학 신입생 스무 살의 순간부터 아흔 무렵 이별의 시기까지, 친구이자 연인 그리고 부부로 평생을 이어령 선생과 함께 울고 웃었던 70년의 세월을 담았다. 강 관장은 우선 자신과 만나기 이전 이어령의 시간부터 살펴나간다. 생전에 이어령 선생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가족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시대의 지성’ 이어령의 세계를 이룬 축과 토대가 된 삶의 궤적들을 정리해본다. 이어 대학 시절 그와 만나 인연을 맺게 된 이야기를 전한다.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처음 보았던 그에 대한 첫인상. 그의 첫 편지 등 때로는 반짝이고 때로는 먹먹했던 삶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이밖에 이어령 선생이 창간한 문예지인 ‘문학사상’의 탄생과 운영 비화, 문화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수많은 창의적 퍼포먼스를 기획했던 이어령 선생의 예술가적 집념을 담은 일화 등 이어령 선생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1부에는 이어령 선생의 가족과 어린 시절, 부부의 만남과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모았다. 2부에는 이어령 선생의 사적·공적 활동들에 대한 이야기, 3부에는 집필 및 출판 활동과 관련된 내용을 실었다. 부록에는 이어령 선생의 넷째 형과 외사촌 누나가 쓴 글을 함께 실어, 강인숙 관장이 잘 알지 못하는 이어령 선생의 어린 시절과 집안에 대한 이야기를 보충하기도 했다. 또 이어령 선생이 부인 강인숙 관장에 대해 쓴 글 ‘정복되지 않는 네모꼴의 신비’도 수록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