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드레북스 刊) 저자는 소외되고 버려진 것에 새롭게 가치를 부여하고 창조하는 능력, 거기에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덧대면 ‘혁신’이 된다고 강조한다. 당연한 것을 의심하고 통념을 뒤집는 ‘창의가’ 혁신을 만든다는 것이다. 기계와 로봇이 늘면서 제조공장과 물류창고에서 사람이 사라지고, 전산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사무실에서도 사람이 사라졌으며, AI 등장으로 고소득 전문직조차 자리를 내주고 있다. 저자는 이제 ‘그럭저럭 살던 시대는 끝났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 ‘창의’와 ‘혁신’이라고 진단한다. 기계와 AI가 학습할 수 없는 데이터에서 창의를 찾고, AI가 추론으로는 얻을 수 없는 혁신을 만들어 실행하는 것. 책에는 그 방법이 담겨있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됐다. 1장 나를 위한 경쟁력, 2장 새로움으로 통하게 하라, 3장 모두를 위한 시작이다. 저자는 철학자 질 들뢰즈의 리좀 모델을 인용해 줄기가 땅속으로 들어가 사방팔방 뻗어가는 뿌리처럼 장애물을 만나면 뚫거나 우회하고 결합해 성장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또 재료의 개성을 지키면서도 하나로 똘똘 뭉치는 비빔밥을 예로 들어 좋은 인재들을 융복합해 시너지를 내는 인간 촉매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책은 각 장마다 구체적인 사례와 실행 방안을 제시해 실용성을 높였다.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추천사에서 “창의와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이 책이 일상에서 단서를 찾아 상상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든다”고 평했다. 문규학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아시아·유럽 총괄은 “역사와 기술, 철학을 넘나들며 날카롭고 재기 넘치는 통찰을 풀어낸다”고 말했다. 또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인공지능 시대에 생존하려면 창의와 혁신이 일상이 되고 습관이 돼야 한다”며 “이 책은 불리한 상황과 조건을 버리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강점으로 바꿔 혁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양명학의 전개와 특수성을 사상사적 시각으로 조명한 학술교양서 ‘양명학’이 출간됐다. 이 책은 한국 사상가의 궤적과 철학적 개념을 탐구해 인간 안에 잠재한 사유와 문화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 기획한 ‘사유의 한국사’ 교양총서 여섯 번째 책이다. [양명학┃한정길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 펴냄. 600쪽. 3만5천원] 15~16세기에 형성된 양명학은 동아시아인들의 의식과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철학이다. 한국, 중국, 일본 삼국에서 양명학은 각국의 정치 문화와 학술 상황의 특수성으로 인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중국에서는 명대 사상의 주류로, 일본에서는 국민도덕학으로 기능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주자학자들의 비판 속에서 수용되고 특화된 경향을 보인다. 이는 한국 양명학의 특수성을 규명하기 위해 비교 연구가 필요하며 동아시아 내에서 한국 양명학 의의를 탐구해야 하는 이유다.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됐다. 한국 양명학 연구의 기존 철학사적 관점과 윤남한(1922~1979, 역사학자)이 제시한 사상사적 관점을 비교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나아가 양명학의 본질적 특성을 규명하고 범위를 확장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사상사적 관점의 연구 비중을 높여 한국 양명학의 전개 과정을 폭넓게 살펴본다. 저자인 한정길은 성균관대학교 한국철학문화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양명학 연구자다. 조선시대 경학과 동아시아 양명학을 중심으로 사상사의 흐름을 연구한 그는 조선 지식인들이 양명학을 수용하고 변용해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조명해왔다. 발간까지 약 4년이 걸린 이 책은 단편적인 연구가 아닌 깊이 있는 통찰을 얻기 위해 한 명의 연구자가 일관되고 균형잡힌 시간으로 오래도록 탐구하고 쓴 책이다
[새로나온 책] 그날의 아이스아메리카노 속 얼음은 따뜻했다 차가운 얼음에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에세이가 출간됐다. 김곤 작가의 신작 ‘그날의 아이스아메리카노 속 얼음은 따뜻했다’는 우리가 평소 스쳐 지나가는 소중한 것들에 대한 사유로 가득 차 있다. 김 작가의 글은 많이 잊히고 있는 서정적인 문체와 감성이 담긴 표현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책의 제목 ‘그날의 아이스아메리카노 속 얼음은 따뜻했다’는 한국인이 많이 찾는 시원한 음료의 대표주자인 아이스아메리카노에서 따뜻함을 발견하는 역설을 담는다. 저자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카운터에서 직원이 컵을 씻을 때음료를 차갑게 유지하는 역할을 다한 얼음이 버려지는 모습을 보고 제 한 몸 희생하고 끝내 하수구로 흘러가는 얼음을 따뜻하게 느낀다. 저자의 글은 어느새 익숙해져 존재감을 잊은 소중한 것들에 대한 감사를 상기한다. 평소 산책을 통해 사유하기를 즐기는 저자는 지나칠 법한 광경에 주의를 기울여 그 안에 담긴 온기를 발견한다. 길에 버려진 먹다 남은 음료에서도 먹거리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따뜻하고 순수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자신에게 더 집중하면서 오히려 주변을 둘러볼 줄 모르는 사회로 심화된 냉정한 세상에서 저자는 따뜻함과 여유로움을 되찾고자 한다. 인스턴트 식품의 가벼운 맛과 같은 삶에 필요한 것은 다정한 손길을 거친 깊은 관계다. 꾹꾹 눌러 쓴 편지를 보내야만, 수첩에 고이 적은 전화번호를 하나하나 눌러야만 연결됐던, 정성을 들인 관계가 떠오르는 책이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네 곁에 있어줄게] "제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이런 가정에서 생활하게 만든 엄마, 아빠가 벌 받아야 하는 것 아니에요? 제대로 양육하지도 않는 부모는 아무렇지 않은데, 왜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제가 벌을 받아야 해요?"(본문 중에서) 류기인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부장판사는 1년간의 소년부 업무를 마칠 즈음, 소년재판 및 보호소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관심과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품게 됐다. 비행 청소년에 관한 우리 사회의 선입견과 편견이 생각보다 크고 깊은 현실에서 ‘한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마음으로 소년사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줄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년재판, 소년사건에는 담당 판사 한 사람만이 아니라 여러 기관과 관계자가 촘촘히 연결돼 있다. 법원 소년부 참여관과 조사관, 청소년회복센터 관계자와 정신심리전문가 국선보조인 등 모두 하나같이 부모보다 더 가까이 밀착해 보호소년들을 만나고 아이들의 속얘기에 귀 기울이면서 함께 울고 웃는 이들이다. 때문에 우리 사회의 소년재판과 위기 청소년 실태를 입체적으로 알아 가려면 오랫동안 위기 청소년들과 함께해 온 소년사건 관계자들의 관점과 목소리가 그만큼 중요하다. 소년재판에 관해 좋은 책이 이미 여러 권 나와 있음에도, 류 판사가 굳이 다양한 현장 관계자의 관점과 목소리를 담은 책을 기획하고 집필에까지 적극 참여한 이유가 여기 있다. 책에는 류 판사를 비롯한 16명의 소년재판 및 소년사건과 관계된 저자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속 기관과 담당 업무, 삶의 배경이 모두 다른 16명의 저자들은 일관되게 ‘비행 청소년을 우리 곁에서 단호히 격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 목소리를 낸다. 격리와 배제가 소년 사건의 해결책으로 내세워지면 결국 문제가 심화되고 악화돼 악순환의 무한 반복에 갇히게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저자들은 "우리의 곁을 내주고 우리가 곁이 돼 줘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비행 청소년들 대부분은 잘못을 저질러 놓고 어쩔 줄 몰라 하며 후회하는 미숙한 아이들로, 그들의 손을 놓아 버렸을 때 그들은 또래들까지 더 큰 범죄로 끌어들이며 집단화·흉포화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 판사는 "우리 모두는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데, 비행 청소년이라고 손가락질하면서 사회에서 격리하고, 더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라며 "우리 사회에는 ‘곁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데,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이 책을 통해 함께 고민해 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새로나온책] 파이팅 워즈] 미국의 최고 아동 문학상으로 꼽히는 ‘뉴베리 아너’를 수상한 작품 ‘파이팅워즈’가 한국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파이팅워즈’는 작가 킴벌리 브루베이커 브래들리에게 전작 ‘맨발의 소녀’에 이어 두 번째 뉴베리 아너를 안겨준 작품으로, 나쁜 어른들에게 상처받고 고통받은 아이들이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파이팅 워즈’는 출간 직푸부터 각종 매체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뉴베리 아너는 물론, 보스턴 글로브의 ‘혼북 아너’와 ‘골든 카이트 아너’ 상을 단숨에 거머쥐었다. 작품은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두 자매에게 보호자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내세워 은밀하고 교묘하게 성적 학대를 자행하는 ‘그루밍 성범죄자’의 민낯을 들춰낸다. 작가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끔찍한 일을 겪고도 누군가에게 드러내 놓고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지를 알리는데 집중했다. 또한 피해자 주변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는데, 이를 통해 자극적 이야기를 풀기보다 사건 이후 두 주인공 자매가 어떻게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자존감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거칠거나 폭력적인 단어나 표현을 거의 쓰지 않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두 자매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 도움을 주는 주변인들이 건네는 따뜻한 시선과 말들은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이를 통해 타인을 향한 ‘선한 영향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식물에 관한 오해’ (위즈덤하우스 刊)] 지난 5월 말 출간한 ‘식물에 관한 오해’(위즈덤하우스 刊)는 식물 세밀화가이자 16년 넘게 식물을 관찰해 온 원예학 연구자인 이소영 저자가 깨달은 식물에 관한 편견을 되짚은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에서 꽃과 나무의 세계에 접근하며 인간이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흔히 보도블록 틈새를 비집고 피어난 민들레를 보며 척박한 환경에서 피어났다고 가여움과 대견함을 느낀다. 저자는 틈새라는 공간을 다시 살펴보라 말한다.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아래에는 흙과 모래가 펼쳐져 있어 식물이 뿌리내리기에 무리가 없고, 주변 경쟁 식물이 없기에 도시살이를 하는 식물엔 최선의 삶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쩌면 식물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강인한 존재가 아닐까. 한자리에서 수백 년을 거뜬히 사는 느티나무, 영하 60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수수꽃다리속 식물은 물론 라일락을 정원에 심고 관리하는 사람보다 그 옆의 나무가 더 오래 살아갈 확률이 높다. 식물의 생존전략 역시 알수록 흥미롭다. 도깨비바늘, 우엉과 같은 식물은 동물의 털에 잘 붙기 위해 씨앗이 가시나 갈고리 형태로 진화했다. 이러한 전략은 인간에게 발명의 아이디어를 주며 운동화부터 국제우주정거장의 장비까지 널리 이용되는 ‘벨크로’의 영감이 되기도 했다. 저자는 총 4부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능동적인 관점에서 식물의 지혜와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전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 미래를 여는 기억┃한국여성인권플러스 기획, 박인혜 지음. 형성사 펴냄. 332쪽. 2만2천원] 인천 지역 여성폭력 추방 운동 30년사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권위주의 국가 체제가 종식돼 가던 1990년대 초 비로소 여성운동은 민주화운동의 한 부문이 아닌 고유의 과제를 가진 독자적 영역으로 분리됐다. 1980년대 신군부 정권이 조성한 폭압적 사회 환경 속에서도 "아내 폭력은 부부 사이에 발생하는 사적인 일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가정의 민주화와 사회의 민주화는 상호 불가분의 관계이므로 민족·민주운동 과제가 긴급한 것 못지않게 아내 구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여성폭력 문제가 본격적인 사회 의제로 떠오른 건 민주화 이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 속에서 1994년 1월 여성폭력 근절 운동을 펼치는 여성단체 '인천여성의전화'가 창립했다. 1990년 인천민중연합이 개최한 여성교실 수강생들이 수료 후 만든 여성학 소모임 회원이던 20~30대 초반 여성들이 주축이었다. 아내 폭력과 성폭력 같은 은폐된 폭력의 피해 사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낼 절실한 수단이 '전화'였다. 인천여성의전화 창립 첫 해에만 776명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후 여성폭력 상담의 제도화로 인해 성폭력상담소와 가정폭력상담소 간판도 달게 됐으며, 이들 상담소는 2000년대 들어 제도 변화에 따라 상담 활동은 유지한 채 '폐소'하기도 했다. 1996년 심각한 가정 내 폭력에 견디다 못해 남편을 살해한 여성들에 대한 구명 운동을 시작하고 확산했으며, 이는 1997년 11월 가정폭력방지법 제정의 씨앗이 됐다. 책은 인천여성의전화 창립과 가정폭력·성폭력 추방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한 '1993~2002년'(1장), 그 활동을 성매매·이주여성 인권 운동으로 확장한 '2003~2017년'(2장), 반성착취 운동과 이주여성 인권·공동체 운동을 정착시킨 '2018~2023년'(3장)으로 나눠 구성했다. 인천여성의전화는 인천의 대표적 성매매업소 집결지였던 일명 '옐로우 하우스'로 들어가 업주들의 위협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성매매·탈성매매 여성 지원 활동을 당사자와 함께 펼쳤으며, 이후 관련 활동은 인권단체 '인권희망 강강술래'로 독립·이관했다. 결혼 이주 여성과 연대해 이들의 공동체 형성을 도왔다. 2010년대 후반부터 여성운동의 주체로 떠오른 2030세대 여성들, 이른바 '넷페미'와의 만남을 '신상과 고물상의 만남'으로 표현한 대목이 눈에 띈다. "오래된 부대에 새 술을 담은 것 같다"는 이들의 만남은 여성 혐오 근절, 반성착취 운동으로 기존 운동과는 다른 방식의 도전을 가져8왔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22년 성, 인종, 국가 등의 경계를 넘어 연대하고 성평등을 이룩한다는 취지로 '한국여성인권플러스'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됐다. 그렇게 지난 30년 동안 수많은 여성운동의 싹을 틔웠다. 이 책은 한국여성인권플러스가 기획했고, 인천여성의전화 창립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박인혜 한국여성인권플러스 성평등정책연구소장이 글을 썼다. 전설적인 여성 가수 패티김이 인천여성의전화 초창기 후원 공연을 열어 운영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도왔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 나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다┃강태운 지음. 책고래 펴냄. 280쪽. 1만8천원] 아주 가끔, 무심코 들른 미술관에서 우연히 마주한 그림을 보고 형언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일 때가 있다. 때로는 작품이 내뿜는 에너지에 압도당하기도 한다. 이 감정을 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미술칼럼니스트 강태운은 "그림이 나에게 보여 준 환대"라고 넌지시 정의내린다. 신간 '나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다'에서는 그림이 건네는 환대, 즉 예술 작품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사유의 시간을 아름답게 파헤친다. 저자 강태운은 나혜석, 천경자, 김환기, 장욱진을 비롯해 프리다 칼로, 폴 고갱, 마크 로스코 등 국내외 미술 작품을 대면하고서 찾아온 여러 감정을 담담히 써내려 간다. '화삼독(畵三讀)'은 저자가 역설하는 그만의 그림 독법이다. 그림을 읽고, 작가와 그 시대를 읽고, 마침내 나를 읽는 다층적인 과정이다. 그러다 보면 마침내 그림이 보여주는 환대를 알아차리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림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 그림은 내가 의심하고 적대할 때도 환대를 멈추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림은 당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고 전한다. 거장들의 작품을 찬찬히 되돌아보는 작업은 이내 자기 자신으로 수렴한다. 나혜석의 '자화상(1928년 추정)'을 마주한 뒤 저자는 "나혜석과의 만남은 속내를 털어놓고 속 시원히 떠나려던 나를 돌아서게 한다… 미래를 아는 사람은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미래는 지나온 길에서 찾을 수 있는 정직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짚는다. 어쩌면 그림을 본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미래 언어가 온다.조지은 / 미래의창 / 248쪽]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것만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인공지능을 무조건 반대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인공지능 문해력을 키우고 새로운 문법을 받아들여야 한다. 새로운 언어에 문을 걸어 잠근다면 결국 도태되고 말 것이다.’(13p ‘미래언어, 답은 인간에게 있다’ 중에서)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위원이자 세계적 언어학자인 조지은 교수가 AI를 마주한 우리에게 필요한 ‘미래 언어’를 제시하는 책을 발간했다. 저자는 미래 언어를 ‘AI와 협력해 문화와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규정하고, 이 미래 언어의 도래가 단순한 학문의 영역을 넘어 경제, 경영, 교육 그리고 사회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측한다. 이메일 쓰기, SNS로 대화하기, 코딩하기, 보고서 쓰기 등 AI는 이미 우리의 일상에 깊이 침투했다. 저자는 AI가 이미지와 영상을 이용한 의사소통에서도 널리 쓰이고, 곧 언어의 99%는 AI의 영향 아래서 소통될 것이라 내다본다.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이에게는 무한한 기회가, 그렇지 못한 이에게는 심각한 위험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우리가 곧 마주하게 될 언어의 미래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한국어 단어의 영어 사전 등재, ‘콩글리시’의 세계 공용어 부상 등 언어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을 통해 AI 시대 언어의 유동성과 융합성을 실감나게 전한다. 특히, 한글로 만들어진 한류의 언어가 세계 공용어로 부상하는 현상은 언어의 경계가 얼마나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단순한 미래 예측을 벗어나 경영인과 직장인들에게 기업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한 통찰을 제공한다. 더불어 ‘AI 네이티브’로 성장하고 있는 자녀의 학부모들에게 장차 AI가 교과 시스템 및 입시에 미칠 영향을 가르쳐주는 한편, 과도하게 AI에 의존하는 일을 경계할 것을 경고한다. 저자는 AI의 편리함이 우리에게 ‘양날의 검’과 같다고 비유한다.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에 대한 기대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가적 감정을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한다. 과거에는 언어의 차이가 인류를 분열시켰지만 이제는 AI 번역 기술로 전 세계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 점을 들며,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기회임을 강조한다. 이와 동시에 AI가 생성한 텍스트와 인간이 만들어낸 텍스트를 구분하기 어려워지면서, 정보의 신뢰성 문제와 인간 고유의 창의성 퇴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음을 꼬집는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전한다. AI가 언어의 99%를 점령하더라도, 나머지 1%의 ‘인간다움’이 우리의 경쟁력을 결정지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AI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감성, 문화적 이해, 창의적 표현 등 인간다운 1%를 찾아 우리가 AI 시대를 주도적으로 살아가기를 응원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김결 시인] 2020년 『시현실』로 등단한 김결 시인이 첫 시집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달아실 刊)를 펴냈다. 달아실시선 79번으로 나왔다. 시집에 적힌 그의 이력은 이름만큼 간결하다. “시인 김결은 경상남도 김해에서 태어났다. 2020년 『시현실』로 등단하였다. 현재 김해시청에서 일하고 있다.” 시집에 적고 있는 시인의 말 또한 간결하고 발랄하다. “당신은 어디쯤입니까? 우연의 시간 속에서 순간의 풍경 속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늦은 안부를 묻습니다. 미루나무 작은 잎 고요한 흔들림 속으로 당신, 같이 가실래요?” [김결시인] 알쏭달쏭한 시집의 제목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는 시집을 여는 첫 시 「또는, 눈사람의 기분」에서 따왔다. 우리는 텍스트예요 주기적으로 폭발하죠 사월에 눈이 내리기도 하고요 당신은 여전히 모르는 사건으로 남았죠 제발 얼룩을 읽어 주세요 들끓던 용암을 가라앉히는 오늘 눈 내린 불면에 로그인을 하고 거울 속의 분화구를 외면합니다 숱한 넷플릭스의 드라마와 마주하죠 바닥에 웅크린 나의 주인공이 사월에 내린 눈처럼 녹고 있고 대답할 의무도 없이 드라마는 끝이 납니다 사월의 눈과 여전히 모르는 당신에게 잠시 머물던 내가 눈사람으로 녹아 가죠 질 때 더 붉은 당신을 오려 붙여 텍스트를 읽는 내 눈동자가 젖어듭니다 날이 저물어요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 계절의 터미널에서 갓 내린 커피를 마셔요 나를 저울질하며 주문을 걸죠 사월은 불타오르거나 녹아내리고 소리 없이 모란이 다녀가고 떠난 이와 남은 자가 일으켜 세운 터미널만 남았죠 이제 나는 누구인가요 ― 「또는, 눈사람의 기분」 전문 해설을 쓴 나호열 문학평론가는 이번 김결의 시집을 “공극(孔隙)의 슬픔과 스며듦의 미학”이라 규정하면서 이렇게 평한다. [표지]_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 “김결 시인의 첫 시집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는 기의(記意)를 해체하는 독특한 발화(發話)를 통해 의식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기억을 더듬고 스스로를 위무하는 길을 탐색하고 있다. 마치 부손(蕪村)의 하이쿠 「거면居眠」, ‘꾸벅 졸면서/ 나에게로 숨을까/ 겨울나기여’처럼 결코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생의 고독함을 이겨 내기 위해 또 다른 타자인 자신의 의식 속으로 스며드는 독백인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낡고 나는 두려워요』는 존재 간의 공극―결코 결합될 수 없는 간극―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당신과 나의 거리는 얼마가 적당할까 사랑하다가 한날한시에 같이 묻혀도 간극은 있다 ― 「공극」 부분 그러니까 이번 시집은 ‘(낡은) 당신들’과 ‘(두려운) 나들’ 사이의 ‘공극’(결코 결합될 수 없는 간극)이 변주하고 있는 세계의 다양성을 그려내고 있다고 하겠다. 나와 당신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의 음표, 불협화음의 템포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질서정연한 의식에 파문이 이는 것을 느끼고 싶다면 또한 일독을 권한다. ■ 작가 소개 시인 김결은 경상남도 김해에서 태어났다. 2020년 『시현실』로 등단하였다. 현재 김해시청에서 일하고 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이주윤 지음. 빅피시 펴냄. 316쪽. 1만7천800원] 떨어진 문해력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는 요즘이다.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글자를 읽지 못하는 '문맹'과는 달리 글자는 읽지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기본적인 일상생활부터 직장에서의 업무력을 높이는 데까지 문해력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그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휘의 정확한 뜻과 표현의 쓰임새를 아는 것이 우선이다. "맞춤법을 이토록 유쾌하게 설명한 작가는 없다"라는 찬사를 받은 이주윤 작가가 신간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을 펴냈다. "글을 읽었는데 머리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 "상황에 맞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읽게 된다"는 이야기가 모두 나인 것 같다면, 문해력 비상등에 불이 들어온 상태다.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은 뉴스나 일상생활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헷갈리기 쉬운 어휘와 표현을 엄선했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기 애매하지만 막상 정확한 뜻을 잘 모르는 표현, 발음이 비슷해 착각하기 쉬운 어휘들이 담겨있다. 책은 첫 단계에서 어휘의 뜻을 자세히 풀어 전달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 본문의 내용을 '한 줄'로 정리해준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OX퀴즈'와 함께 제대로 어휘를 이해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복습하는 과정을 거친다. 본문에 담지 못한 '헷갈리기 쉬운 표현'은 부록으로 알차게 실었다. 또 "헐. 대박. 진짜"로 모호하게 감정을 표현해 왔다면, 감정어휘 코너에서 내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적재적소에 맞는 어휘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도시전문가 김충영의 수원과 세계유산 화성 이야기’ (글을읽다 刊)1] 수원시에서 40여년간 공직생활을 한 도시계획 전문가 김충영 박사가 수원화성의 복원·정비 등을 한 경험을 책으로 엮었다. 김충영 박사의 ‘도시전문가 김충영의 수원과 세계유산 화성 이야기’는 그동안 신문에 연재한 원고 100여편을 모아 펴낸 책이다. 저자는 공직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 첫 발령부서인 수원시 도시과에서 겪은 경험, 수원화성의 복원·정비 사업의 추진 과정 등을 책에 꼼꼼히 담았다. 특히 그는 지난 1997년 12월 수원화성이 세계유산에 등재됐다는 수원시청 구내방송을 들었던 순간을 기록했다. ‘앞으로 수원화성에 관광객이 많이 오게 될 것인데, 수원은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됐는가?’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수원화성으로 향했다. 주차장, 도로시설이 엉망이던 것을 확인하고, 도시계획과장이 된 뒤 수원화성 복원·정비 사업을 추진했다. 이와 함께 책에는 2003년 저자를 중심으로 수원화성 업무를 전담하는 ‘수원화성소’가 설립된 과정부터 6년간 현재의 수원화성을 만들기 위해 기초를 닦은 작업 등을 상세하게 풀어냈다. 김동욱 경기대 명예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1997년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이후 30여 년 사이에 수원이 세계적 관광도시로 변모하게 된 과정을 낱낱의 기록과 사진을 통해 정리한 역작”이라며 “오늘의 수원 화성을 세계 사람들이 즐겨 찾아오는 명소로 만들어내기까지 지혜를 짜내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많은 사람들의 자취를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자 김충영 박사는 “책을 통해 행궁, 수원화성의 변천사 뿐 아니라 수원이 125만 인구에 달하게 된 과정 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충영 박사는 수원공고를 졸업하고 1979년 수원시청 공무원으로 사회 첫발을 디뎠으며 수원의 도시개발을 담당했다. 경원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7년 수원화성을 공부하는 모임인 사단법인 화성연구회를 발족했다. 수원시 건설교통국장, 환경국장, 팔달구청장, 수원시청소년재단 이사장, (사)화성연구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늙은이가 애를 낳았다더니 너도 똑같구나’ (글을읽다 刊) 2] 김충영 박사의 아내인 김희숙 작가 역시 ‘늙은이가 애를 낳았다더니 너도 똑같구나’를 출판했다. ‘2023년 12월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께 드립니다’라는 헌사가 들어 있는 이 책은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추억 속에서’는 유소년 시절과 청년기 고향 시골살이의 추억 등이, 2부 ‘가족 이야기’에는 할아버지, 어머니, 아이들, 남편과 관련된 글들이 수록됐다. 3부 ‘여행이야기’에는 가족들과 여행을 떠났던 이야기들이, 4부 ‘살아가는 나날’엔 일상에서 느낀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희숙 작가는 방송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2001년 월간 ‘문학세계’ 수필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한편, 김충영·김희숙 부부의 출판 기념회는 4일 오후 3시 팔달구 창룡대로 41번길 16 방방카페(팔달구청 후문)에서 열린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