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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장’이 아파트단지와 학교 등 주거 구역까지 침범해 추진되면서 이로 인한 지역 주민 간 갈등이 곳곳에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한 지자체의 파크골프장 1] [금요저널]시흥시에 따르면 은행동에 조성 중인 파크골프장과 관련, 인접한 아파트 입주민들의 반대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추진하고 있다는 불만 등의 청원을 지난달 접수했다. 수변공원 부지에 예정된 해당 파크골프장은 바로 맞은편 800세대 이상의 아파트단지가 맞닿아 있고, 부근에 초등학교도 붙어있다. 스스로 입주민이라 밝힌 청원인 A씨는 “파크골프장은 소음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주택가 주변에는 신설을 기피하고 있다”며 “반면 시흥시는 반대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추진하고 있다.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주장했다. 주거 공간 인근의 파크골프장을 반대하는 주요 원인은 외지인 방문 확대로 인한 불편과 안전이다. 최근 노인 스포츠로 파크골프가 열풍을 불면서 협회, 동호회 등에 가입된 단체별로 ‘원정’을 다니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기가 높은 시설은 예약 전쟁, 오픈런 등으로 사람이 몰리고 있어 불법주차로 인한 안전과 소음, 쓰레기 투기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파크골프협회에 가입된 동호인 수는 올해 20만명을 넘겼다. [‘파크골프장’이 아파트단지와 학교 등 주거 구역까지 침범해 추진되면서 이로 인한 지역 주민 간 갈등이 곳곳에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한 지자체의 파크골프장. 2] 실제 해당 단지 입주민들은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공사 반대 관련 현수막들도 공사 부지에 게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민들 사이 지난 6월 진행한 찬반 투표에선 반대가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시흥시 관계자는 “은계지구 전체 연합회에서 요청해 추진해 온 사업이다. 일부 반대 의견이 있는 단지를 알고 올해 수차례 주민설명회 등을 진행했다”며 “대체 부지 등을 찾기 어려웠다. 주민 의견도 반영해 소음 측정과 방음벽 등의 대안도 논의했었다”고 말했다. 해당 파크골프장은 지난 7월 실시계획인가가 고시돼 공사가 시작됐고, 내년 2월 완공 예정이다. 파크골프장이 급격히 늘면서 주민 갈등 역시 시흥뿐 아니라 김포, 의왕 등 도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김포 특수학교 새솔학교 학부모들은 학교 옆에 들어설 예정인 파크골프장 조성을 두고 공개적으로 반발 목소리를 냈다. 의왕시는 지난 9월 학의천 파크골프장에 대한 주민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계획을 전면 취소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체육시설의 특성을 고려한 부지 선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5월 기준 도내 43개가 있으며 부천시, 의정부시, 파주시 등은 최근 신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강덕모 세종대 산업대학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파크골프장이 주거지역 가까이 들어오면 주민들 입장에선 여러 문제에 대한 우려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며 “생활 체육시설이 도시계획의 한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할 문제지만, 순간의 인기에 편승해 독자적으로 조성되는 경향이 있다. 그 공간이 체육시설 조성에 적합한지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수원시 팔달구의 한 도서관에서 시민들이 독서를 하고 있다 1] [금요저널]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공공도서관을 운영하는 수원시(관내 25곳)가 내년도 자료구입비 예산안을 올해보다 줄여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랜 도서관 역사를 바탕으로 건립 확대를 앞장서 추진해 온 도시에서 장서 확보 예산이 해마다 삭감되는 상황인데, 집행부와 시의회 모두 세수 부족을 내세우며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6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수원시의회에 제출한 2026년 본예산안에서 도서관사업소의 자료구입 예산을 올해보다 삭감해 반영했다. 올해 관련 예산은 10억7천400만원인데, 내년도 예산안에는 9.6% 줄어든 9억7천만원을 편성했다. 예산안은 시의회 심사를 거쳐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다. [수원시 팔달구의 한 도서관에서 시민들이 독서를 하고 있다. 2] 이번 삭감은 수년간 이어진 흐름의 연장선이다. 앞서 2023년 11억5천300만원, 2024년 11억5천만원, 2025년 10억7천400만원을 배정해왔다. 특히 지난 2019년 21억원이던 자료구입 예산이 2020년 14억원으로 33%가량 줄어든 이후 회복하지 못한 채 우하향하고 있다. 이에 한때 ‘인문도시’를 표방하며 도서 인프라 확대를 내세웠던 시기와 대비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지만 현재까지도 개선은 요원하다. 반면, 인근 특례시인 용인시는 수원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용인은 공공도서관 20곳을 운영 중이며 올해 자료구입비로 19억8천만원을 편성했다. 현재 예산 뒷받침 등 적극적인 투자 전략을 유지 중인데, 실제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공공도서관 평가에서 지난해 대출권수 전국 1위(수지도서관)와 관내 10개 도서관의 100위권 진입, 자료구입비 도내 1위 등을 기록했다. 장서 확충은 도서관 경쟁력의 핵심이다. 도서 구입이 줄면 당장은 티가 나지 않지만 몇 년이 지나면 새로 들어오는 자료의 폭과 흐름에서 투자 수준이 다른 도시와 차이가 벌어진다. 상호대차가 있더라도 개별 도서관의 보유 목록이 늘지 않으면 공유를 통해 보완할 수 있는 범위도 더 이상 넓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하지만 그간 수원시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들며 예산 축소 편성을 되풀이해 왔다. 더욱이 행정 집행부뿐 아니라 시의회의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개선 요구가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교육위원회 소속 한 시의원은 “되레 삭감을 요구하는 의원도 있으며 자료구입비를 늘리는 데 부정적 기류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수원시 도서관사업소 관계자는 “세수가 충분치 않아 불가피하게 올해보다 자료구입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수원은 상대적으로 도서관 간 거리가 가깝고 상호대차가 활성화돼 있다. 예산 범위 내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곤충은 남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정부희 지음. 김영사 펴냄. 224쪽. 1만7천800원] "어느날 곤충이 운명처럼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마흔의 나이에 늦깎이 공부를 시작해 한국 최고의 곤충학자가 된 정부희 박사. 그가 겪은 삶의 에피소드, 다양한 곤충의 생태와 습성 등을 한데 버무린 에세이 '곤충은 남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가 나왔다. 저자의 애틋한 곤충사랑과 탄탄한 과학에 뿌리를 둔 스토리텔링, 삶에 대한 순수하고 푸근한 시선이 더해진 책은 재미와 감동을 전한다. 또 저자가 곤충을 찾아다니며 직접 찍은 사진들이 곳곳에 수록돼 마치 한편의 곤충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는데 번식을 위한 곤충의 구애와 생명의 탄생, 생존을 위한 곤충들의 개성 넘치는 삶의 방식,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곤충들의 치열한 삶, 더불어 살아가는 곤충의 생존방식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곤충의 생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지만, 한 장 한 장 저자의 소소한 일상과 떠오른 생각들이 진솔하게 담겨 글을 풍성하게 만든다. 저자의 삶과 곤충의 이야기는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긴밀하게 엮여 책 속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특히 책은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인간과 곤충이 같이 살아가기 위한 삶의 지혜를 준다. 하찮은 미물에 불과해 보이는 곤충들이 지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기후 온난화가 곤충의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우리가 놓쳤던 위대함을 알려주며 우리가 가져야 할 세상에 대한 태도를 다시금 돌이켜보도록 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새로 나온 책] 청년 택배 기사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택배 기사는 하루에도 수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비가 와도 우산을 쓰는 것은 사치다. 그래도 웃음이 나왔다. 지금의 고생이 앞으로 살아갈 삶에 필요한 기초 체력이 되리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매일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지만 그만두기에 나는 너무 절박했다." (본문 중에서) 모든 이들에게 일상이 된 택배. 택배는 생필품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나른다. 우리 몸의 혈관처럼 우리의 일상을 촘촘하게 연결하고, 살아있게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택배가 당장 멈춘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날로 생명력을 잃을지도 모른다. 택배는 실시간 조회와 메시지로 배송 상황을 알려주고 그 메시지 속에는 어김없이 노동자, 택배 기사가 있다. ‘청년 택배 기사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는 이 메시지 속 택배 기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배송 완료 메시지가 전송되기까지 그 이면에서 일어나는 택배 세계의 모든 것, 고객들은 알 수 없는 택배 기사의 사생활을 낱낱이 풀어놓는다. 주목받던 청년 사업가였던 저자는 믿었던 동료에게 사기를 당해 한순간에 20대 고졸백수가 됐다. 배신감에 상처받고 1년 6개월을 은둔한 저자는 어느 날, 20만 원 밖에 남지 않은 통장 잔고를 보고 깜짝 놀라 세상에 다시 나가기로 결심, 택배기사로 일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택배 기사로 일하게 된 저자는 수천 개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조금씩 자신과 또 세상과 화해한다.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과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악천후에도 묵묵히 물건을 나른다. 그렇게 땀 흘리며 몸을 움직이면서 상처 입은 마음을 비워내고 세상으로 나아갈 체력을 기른다. 저자 김희우 씨의 배송 업무 현장. 사진=행성B 책은 막다른 상황에 처한 청년이 노동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해내고자 하는 마음, 성실히 지켜내는 하루, 정직하게 돌아오는 대가의 소중함을 뜨겁고 담담하게 서술한다. 이 책은 구매와 판매, 무게와 거리, 속도와 원가를 철저하게 계산하는 택배 산업을 설명한다. 택배망과 송장번호 속에 있는 수많은 노동자와 이익 비율, 개인사업자인 택배 기사의 경비 처리와 세금 문제까지 ‘돈’에 관한 이야기가 만만치 않게 등장한다. 그래서 이 책은 택배 기사를 직업으로 생각해 본 이들에게 실질적 가이드가 될 수 있다. 또한 우리의 일상을 책임지고 있는 택배 기사를 보다 자세히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대중문화평론가/칼럼리스트/이승섭 시인] 시는 사실 역사는 아니지만 시인의 일생은 역사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시인이 살아온 세월이 곧 상상의 나래를 타고 시로 안착하면 시인의 역사는 변용의 이름으로 시(詩)에 용해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역사는 시(詩)에 에너지를 부여하고 시인은 이를 재료로 새로운 공간의 창조를 위해 새롭게 정신을 투척한다. 한 사람의 시인은 때로 역사를 넘어 미지(未知)의 공간을 유영하면서 시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다. 이는 상상의 힘에 의지할 때, 비로소 가능한 입구를 발견하게 될 뿐만 아니라 영주(英主)로서의 역할 - 시적 성공은 정신 서정에 건설의 완성일뿐만 아니라 시인을 영생의 이름으로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내 스승이라 해서 예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미리 말해둔다. (후백) 황금찬 시인은 1918년생, 미수(米壽)를 넘는 나이에도 여전히 문학 행사에서 축사를 빈번하게 하실 그뿐만 아니라 필자 시집 상재(上梓) 시 참석을 하셨으니 왕성한 집필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놀라운 모습을 뵐 때마다 경의(敬依)와 존경의 이름으로 느꼈다. 대체로 시집을 발간하는 평균치의 기간이 3년쯤인데 비해 (후백) 황금찬 시인은 이를 상회하는 것으로 보면 모두가 알 것이다. 더구나 나이가 들면 시니어 때는 감수성에 매달리는 앙상한 표현이 대부분이지만 황금찬 시인의 시는 새로운 변경을 찾아 두리번거림 - 되돌아보는 추억이 많은 함량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고희(古稀) 무렵에 발견했던 정신의 흔적(Trauma)이 20년 후에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가를 발견하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현상일 것 같은 호기심으로 논지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큰 윤곽에서 볼 때 1956년 박두진 시인이 지적한 대로 “평범한 주제와 인생을 보는 눈도 일부러 기발(奇拔)함을 꾀하지 않는” 황금찬 시인의 시는 여전히 동일 선상에서 정서의 평형을 유지함은 다름이 없다. 그러나 세월의 변화에 따라 인간이 변하는 길을 갈 수밖에 없다면, 첫 번째 변화는 회고(回顧)의 시들이 많은 비중으로 분포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대화에서 원숙한 내면의 소리가 들리고, 시 공화국 서정 논 건설의 포부가 두드려진다. 이울러 새와 나비, 그름 그리고 호수 등이 여전히 시 의식의 중심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가 있다. 2. 정신의 중심 표정 1) 회고의 길 찾기 돌아보는 것은 아름다움이다. 물론 아픔이 있는 돌아봄이라 할지라도 아름다움의 추억이 아니겠는가? 고향, 어머니, 등을 생각하면 고향의 이미지는 차라리 숙연한 정서를 동원하는 미감(美感)에 포위되곤 한다. 더구나 젊은 날들의 친구에게서는 눈물겨운 기억이 풀려나고 그 이야기는 애달픔으로 부추기는 길을 헤매게 될 때, 무거운 추억의 무게 앞에 스스로를 내려 놓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아스라함이 더욱 심각할수록 돌아갈 수 없는 길 찾기는 아름다움과 애절함을 가중하는 방황- 황금찬 시인은 청록파 삼가 시인 중에서도 묵월에 대한 추회(追懷)가 남다르다. 시적인 증거를 통해 정신의 입구로 들어가 본다. 낡은 책장을 넘긴다. 잠들지 않고 있었다. 음성은 옛날 병들지 않고 시간은 시집 안에 정지되어 있다. 목월 시집이다. 『음악이 열리는 나무』 『목월의 시집』 첫 시집 『현장』에서의 목월이 2살 아래인 황금찬 시인에게 쓴 발문(跋文)의 글이나, 『무제』라는 시에 들어 있는 절절한 우정과 존경의 뜻을 보면, 감회의 깊이가 평생에 얼마나 깊게 각인(刻印)되어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1952년 강릉에 계실 때, 1953년 처음 데뷔를 하였으니까요?. 시를 가지고 박목월 시인을 만나려고 대구에 갔어요. 문인협회 사무소인데, 남의 집 2층입니다. 헌병들이 사용하는 트럭을 타고 가는데, 가다가 철사에 걸려 바지가 찢겨 졌어요. 그런데 그 바지는 어떤 바지냐 하면, 광목 같은 데다가 물감을 들인 겁니다. 검정 물인데 새까맣지요. 푸르딩딩한 그런거지요. 말이 아니지요. 그 찢겨진 바지를 바늘이 없으니까 철사로 꿰매었어요. 그러니까 인간의 꼴이 말이 아니지요. 그걸 입고 대구 시내로 들어가니까 다른 사람들이 웃는 것 같아요. 웃지는 않겠지만 마음이 그렇게 느껴집디다. 그 집으로 찾아갔어요. 악수를하더니 나의 찢 겨진 바지를 보면서 이게 왜 이렇습니까? 오다가 찢겨졌었지요. 그러니까 울기 시작합니다. 눈물을 막 흘리면서 이래요 ·····” 『공상일기』 《나의 시화 인생》에서 최초 목월과의 조우(遭遇)에서 동족상잔의 비극에 대한 아픔을 눈물로 대변하는 모습이 처연하다. 이런 인연은 황금찬 시인의 깊은 우정이 되었고, “세상에서 나는/사람을 만났네/평생 어질게 어리석은 눈을/보았네”(『무제』)에서는 황금찬의 내면을 그리고 있다. 또한 유치환과의 우정 – 서울에 사는 황금찬이 동성고등학교 학생들을 인솔하고 경주에 수학여행을 가면 음식을 대접했던 고마움의 우정이 순수로 포장되어 있다. 아마도 이런 우정은 황금찬 시인의 다정함이 빚은 추억일시 분명하다. 더구나 1950년 서울에 문인의 숫자가 165명이었음을 감안 하면 시인의 관계는 친밀을 넘어 우정의 각별함이 요즘의 계산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그 무엇의 특별함이 있었지 않았을까? 박목월에 대한 언급은 『성탄절』에서도 1959년 12월 24일 갈채 다방에서 시인 양명문과의 에피소드로 나타난다. 『3시 30분』에서 목월의 추억은 회상과 더불어 청록파 시인의 이름으로 문을 두드린다. “박목월 시집/산도화를 들고 새벽까지 않아있다. /내 젊은 날의 복장으로/구름이 찾아온다. ····중략···/그래, 좋은 생각이야/열려있던 시집을 덮었다./새벽이다./시집 속에는 어제와 오늘이 없다.”(『3시 30분』) 새벽 3시 30분은 불면의 시간이다. 물론 잠 못이루는 시간에 과거의 우정이 상념으로 일렁이면서 과거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는 저변에는 피할 수 없는 고독이 자리한다. 왜 그런가 하면 과거와 멀리 떠나온 시간의 간격- 더불어 우정을 나눌 수 없는 고독 때문에 과거의 집착이 나타난다. 이는 오늘을 위로하는 인자(因子)이면서 지나온 삶의 가치를 더하는 생각이 더 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박목월과의 관계는 더 할 수 없는, 어찌 보면 일방적으로 정리될 수도 있겠지만 『밤이 깊도록』은 송욱 시인과의 추상을 느낄 수 있다. 송욱 시인과 강가에 않아 밤을 새운 일이 몇 번 있었다. 그 해가 1975년 여름이다. 7월26일(?) ···중략··· 송욱이 일어서며 저 은하의 강물이 곧 쏟아질 것 같은데 그 시각이 새벽 3시 30분 그 송욱 시인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 『공상 일기』 《밤이 깊도록》에서 시인은 정에 굶주린 사람일 것이다. 따스하고 안온함에 쉽게 잠이 드는 정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감동의 파동에서 쉽게 점령당하는 사람 - 황금찬 시인은 그런 정서에서 항상 갈증을 느끼는 거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평범함이나, ‘기발(奇拔)함이 없는 진솔’ 혹은 ‘수월한 당신에 서정(抒情)에 압도당하는 행복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격이다. 기교를 부리고, 호기와 허세 앞에 초라해지는 시가 아니라 친숙하고 다정다감한 그리고 나긋한 속삭임의 시를 쓰는 황금찬 시인의 시는 항상 변함없는 정감으로 길을 넓히는 이유 때문에 지난날들의 우정에 갈급함을 느끼는 현재가 아쉬움으로 길을 넓히는 것 같다. 『그 집 앞』은 학자 강 인산의 소박하고 어눌한 추억을, 『시인의 집』은 지금도 평창에서 살았던 김시철 시인의 경우를 『금원에서』는 화가 박수근, 손웅성, 그리고 지산에의 추억을 애달파 한다. 황금찬 시인의 시에는 실명이 많이 들어간다. 운명(殞命)을 달리한 김종문, 장호, 조지훈, 정한모, 조병화, 김영태 혹은 후배 문인들, 또는 『미완성 교향곡』에 조영숙이나 『벽시계』에 최규창이나 바이런 혹은 블란서 3대 비련(悲戀)의 아벨라르와 에로이즈 혹은 음악가 등이 다양성으로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시인의 천성적인 다정 다감성이 드러난 증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든 굴곡(屈曲) 없이 대하는 마음, 그리고 사랑으로 앞서가는 마음이 없다면 누구도 황금찬 시인의 면모를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황금찬 시인은 순수하고 질박(質朴)한 인간성으로 살아온 면모가 시인의 표정이고 시의 모습이 아닐까? 2) 시의 세상 – 시의 모든 것의 상상 상상(Imagenation)과 공상(Fancy)의 차이는 Coleridge로부터 들을 수 있는 사실 이론의 정론이다. 즉 시간과 공간의 질서에서 해방되어 나온 기억의 형태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을 공상이라 칭한다면, 상상력은 1차 적인 것 - 감각과 지각을 중개 시켜주는 기능으로 무의식적인 것이라면 2차의 문학적 상상은 1차적인 것의 변형으로 시적 상상력일 뿐만 아니라 의식적인 의지를 강조하게 되는 것이라 본다. 물론 상상력이나 공상이 서로 연결 고리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설정하는가의 여부가 구분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면, 셱익스피어는 ‘광인과 연인과 시인에 동류항을 지적하고 있음도 구분에 대한 모호성을 의미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광인은’ 아무것도 아닌데‘ 비해 시인은’의식적인 의지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황금찬 시인의 시(詩)의 표정은 먼 곳을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구체화 된다. 물론 조급증이나 급한 느낌의 생각은 드러나지 않지만 일종의 지향을 꿈꾸는 상상이 길을 만들고 있다. 왜냐하면 시인은 자기 성주(城主) 즉 자기만의 나라 세상을 건설하여 그 공간에서 주인이기를 꿈꾸는 것은 당연한 일 - 일종의 현실을 따라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꿈을 꾸는 일 - 공상으로 시작하여 구체적인 상상의 조감도를 만들게 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 나라에는 지번 도가 없었다. 나무, 풀, 꽃 토끼, 사슴, 노루, 이들의 영혼들이 세운 꿈의 세계 어느 곳에 가나 지 번도가 없었다. 그 까닭은 참으로 눈물겨웠다. 『음악이 열리는 나무』 「지 번도가 없는 나라에서」에서 나무, 풀, 꽃들의 이미지는 순하고 예쁘다는 느낌을 준다면, 토끼나 사슴 그리고 노루 또한 착하고 선량한 비유적 인상이 겹친다. 그러나 호랑이, 사자, 악어, 뱀 등은 강하고 약육강식의 기피적 사고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 상반된 개념은 전자에서는 평화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고, 후자에서는 원칙을 무시하고 ’내가 하늘이요/곧 법이고/내가 하는 일은 진리라고/생각하는/그런 동물들은‘ 싸움과 전쟁의 소용돌이를 일삼는 악의 축이라면 시인은 이런 동물들을 멀리하고, 나의 것이나 네 것이 없는 평화의 공간을 염원하는 뜻을 가진다. 이런 공간을 천국, 혹은 유토피아라 칭한다면’ 이 세상에는/지, 번이 없다‘와 같이 염원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다. 마치 ’고향을 두고 떠났던/새들도 돌아와/날개를 펴고/구름은 국경도 없었다‘. 『주님의 뜻을 따라』처럼 자유 왕래의 땅을 그리워하는 뜻이 구체화할 수 있는 나라에 대한 시인의 꿈인 것이다. 태평양 바다 어느 곳에 섬이 하나 솟아올랐다. 하늘 새의 오른쪽 날개 만한 터를 무상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구름으로 집을 짓고 상아로 장식한 다섯 칸의 시실(屍室)을 꾸민다. 시인들을 초대한다. 국적을 묻고 연대를 덮는다. 소포클레스, 단테, 밀튼, 괴테 테니슨, 롱페로우, 이백, 두보, 도연명, 말라르메, 릴케, 발레라, 아폴리네르, 북원백추, 칼 슈미텔러, 서정주, 박두진, 청마, 박목월 『공상 일기』 「공상 일기」 중에서 무의식적인 왕래 - 즉 비현실적인 이유 - 구름으로 집을 짓고’와 ’상아로 장식한‘에서 현실성을 일탈한 공상의 근거가 제시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 꿈은 비유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하등에 장애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국적이나 언제, 어디서 살아있는 가는 중요한 조건이 아닐 수 있다. 다만 시인의 이름 - 착하고 선량한 식물이나 토끼, 사슴 혹은 노루 같은 마음을 가진 시인이기에 잘났다는 행동이나 위압적인 위협이 없는 오로지 사랑과 평화의 목적을 위해 헌신하고 노래하는 시인의 세계 - 이상을 향한 노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 때문에 꿈을 노래하는 것이 시인의 주요 임무라면 현실성 혹은 실현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을 것 같다. 오로지 사랑과 평화의 공간을 향해 꿈을 노래하는 일이면, 인간사는 악의 땟물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시인은 세계 평화의 방 그리고 인류의 자유, 절대 사랑, 핵 반대 운동과 마지막에는 모든 악을 몰아내고 하늘에 있는 사람의 마음으로 받아 드리는 다섯 개의 방에, 시인들은 자기 마음에 드는 방에서 작업을 하면 된다는 뜻을 내포한다. 물론 시간의 제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유로운 선택과 주제로써 꿈을 그리는 목적에 일치하면 된다는 뜻일 것이다. 왜냐하면 시인의 세계는 제한이나 구속 혹은 선택의 강요에서는 꿈의 길을 훼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시인의 공상은 허무한가? 라는 의문 앞에 서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시인은 꿈꾸는 사람, 오로지 꿈을 꾸는 착한 사람이기 때문에 시인에게 간섭이나 꿈의 종류를 묻지 않는다는 간명한 자유인의 해답이 도출(導出)되는 것이 아닐까 서술 해본다. 3) 자연의 육화 바라보는 모든 자연과 느끼는 자연이 있다면 전자보다 후자에서 더욱 심화된 의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오감의 80%가 시각에 의존하는 양이라면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을 우리는 흔히 과학이라고도 하고 현상적 표현이라고들 한다. 작두 무당이 시퍼런 작두날에 올라가 맨발로 서서 춤을 추는 이치나, 시인이 시의 신을 불러오는 것 – 이를 Ecstasy라 한다면 이에 대한 정확도나 과학적인 설명은 벽에 부딧치고 만다. 그렇기에 눈으로 현상적인 것보다는 오히려 심안(心眼)(mind’s eye)에서는 천리길도 투시할 수 있는 것이 시인 마음일 것이다. 왜냐하면 사물을 마음으로 볼 때, 오히려 새로운 것 그리고 신기한 것, 그리고 창조적인 것을 찾아내는 인간의 마음을 과학은 도저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황금찬 시인은 사물을 마음으로 바라보는 담담(淡淡)함을 발견한다. 이는 모가 나거나 각(角)이 져서 명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사물을 포용하는 데서 오는 마음의 평정에서 발견되는 표현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약 20년전 (그 당시 70세)의 시와 다른 특징이 되는 것 같다. 시(詩) 창작에 원숙성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이 같은 논리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오는 것이기에 - 눈이 내리는 소리는 어느 마을의 발자국소리 네가 내 곁을 떠나던 날 그 발소리 위에 눈이 내리고 어디쯤 가고 있느냐 눈이 내리는데 소리도 없이 눈은 울고 있구나 네 마지막 음성이다 창 앞에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울고 있구나 -『고향의 소나무』 「눈 내리는 소리」 시(詩)는 감각의 통합 작용이 빚은 조화미(調和美)라면 편양성을 넘어선 또 다른 지평을 만나는 일이 감각의 지평을 넘는 조화(調和)의 일이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따로따로 구분되는 의식이기보다는 오히려 하나 속에서 다양함의 특색을 만나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이는 감각의 통합성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칫 혼합해서 오는 혼란을 부추기는 우를 범할 수 있지만, 원숙의 길이 열리면 이러한 이치는 염려를 넘어 조화를 이룩하게 된다. 시(詩)에서 결점 중 장식적(裝飾的)인 요소는 이미지의 과시 혹은 꾸밈으로 인해 시적 팽창을 방해 한다고 하며 한약에서는 독약조차 적절한 배합으로 양약(良藥)이 되는 경험의 배합은 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눈이 울고 있구나.’는 시인의 마음을 의탁한 정서이고 ‘눈이 내리는 소리’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시심(詩心)일 때, 울려오는 조화의 소리로 들리며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지금까지 나는 달에도 귀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중략··· 아! 달에도 귀가 있어 다 듣고 있구나 그때 은행나무가 “나도 듣고 있는데” 하는 것이다. 달과 은행나무 풀벌레 다 울고 있구나 울지 않는 것은 나 혼자뿐이었구나 『공상 일기』 「귀가 있는 달」에서 풀이나 벌레조차도 언어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미물(微物)들에게도 사랑을 보이면 활기찬 모양을 보이고, 사랑을 갖지 않고 무관심하게 대하면 우울한 양 표정을 짓는다. 인간만이 우월한 의식을 갖기 때문에 간과(看過)하는 점 – 독선적 인간 사고일 것이다. 자연과의 대화는 인간의 언어 이전에 언어가 존재한다. 시인은 이런 언어를 이해하고 해득(解得)하는 독특한 감수성(感受性)을 가지고 있다. 꽃을 노래하면 꽃은 즐거운 표정으로 살아나고, 우는 마음을 가지고 바라보면 울고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황금찬 시인은 자연과의 대화할 줄 아는 경지에 있다고 본다. 스승이 아니라도 그렇게 볼 것이다. 심지어 “달에 귀가 있다는 것을” 터득하고 위로의 말을 찾고 있는 모습에서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그러나 달과 은행나무 그리고 벌레조차 “울고” 있지만 울지 않는 존재는 “나 혼자뿐”이라는 점에서 일체화를 위한 동화가 이룩되지 못했음도 있다. 왜냐하면 정서(情緖) 감염(感染)의 일치성이 안 되는 이유는 대상에 연민(憐憫)의 마음을 갖고 있기에 자연과 내가 하나로 결합 되는 관조(觀照)의 경지를 벗어난 것 같다. 연민은 나와 대상이 분리된 정서이기 때문이다. 4) 새, 나비, 호수 새와 나비나 호수 그리고 구름은 황금찬 시인의 시(詩)의 정신적인 흔적물이다. 왜냐하면 자기정화 혹은 수양의 방편이 되기도 하고 의식을 이동하는 메신저의 기능을 수행하는 시어들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새는 자유 정신의 표상이면서 인간이 미치지 못하는 하늘의 길을 만들기 때문에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는 하늘의 의미와 결부되면서 신비감을 자극했고, 인간의 꿈을 실어 나르는 대상으로 미화도 될 수 있다. 그러나 황금찬 시인은 새는 과거와는 다르게 변했다. 비극의 잉태 속에서 울음을 우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지만 연세 90 여세에 이르러서는 보다 진보된 영생의 이미지가 겹치기 때문이다. 새들도 늙어 가는가. 그리고 삶의 문을 닫는가. 새들은 늙지 않는다. 병들지 않고 새들의 병원은 지구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새의 의사도 없다. 『공상 일기』 「새들의 일생」 스승 황금찬 시인의 작고 하시기 전에 전시에는 단호하게 마침표를 찍는 시가 상당한 빈도로 많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확신하는 시어이며 여백을 줄이는 기교일지도 모르겠다. 새들의 병원을 보았는가. 아니면 새들의 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여 고통 시 하는 것을 보았는가. 그러나 새들은 하늘 나르며 자유롭게 날고 또한 세상을 유영(遊泳)하면서 내일을 맞는 꿈과 비상(飛翔)의 의미를 버리지 않는 듯하다. 이와 비교되는 인간은 병원 그리고 구원의 종교 간판이 즐비할지라도 악의 깊이는 더 깊어지고 슬픔의 넓이는 더욱 확장되는 삶에 목이 메이는 인간의 욕심과 갈망 - 갈수록 희망과 사랑의 반대편이 기승을 부리는 인간사와 다른 이유는 자연과 친화된 삶을 살아가는 새들의 정신에서 영생의 의미가 도출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황금찬 시인은 “새는 무덤이 없다/공동묘지도//종교가 없는 /새의 영혼은/어디로 갈까//꽃의 영혼들이 가는/그 나라 일게다/(새)와 같이 꽃과 새의 동일성은 곧 시인의 마음을 대변하는 이미지로 고착되는 듯하다. 호수가 있다. 그 호수엔 이름이 없다. 해가 뜨고 별과 달이 언제나 지기만 했다. 고향과 깊이를 모른다. 내 어머니와 그분의 어머니도 이 호수에서 머리를 감고 수경 속에서 웃었다고 했다. 나는 호수가에서 많은 사람을 많았다. 장자, 이백, 그리고 두보 박목월, 소월, 영랑, 라이너, 마리아, 릴케 폴 발레리 『공상 일기』 「호수」에서 무심(無心)의 호수는 관조(觀照)의 경지에서 만나는 이름일 것이다. 관조는 사고의 철저화라면 이는 구분이 없는 무경계의 경지를 가질 때, 만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의 티끌이 일렁이면 이미 파문에서 사물의 모습은 일그러지고 왜곡되는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는 경지는 호수가 갖는 진경(眞景)일 수 있고, 또한 호수가 누리는 호사스러운 이미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 진실이 숨 쉬는 곳이기에 그곳에서 어머니의 수경을 볼 수 있고 어머니의 웃음을 발견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리고 진실을 말하고 사랑을 위해 헌신하는 위대한 시인들 - 장자, 이백, 두보, 목월, 영랑 등을 만나는 절차가 호수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되지 않았을까? 순수에는 순수의 길이 들어있고, 바람에는 바람이 길이 있는 이치처럼 시심(詩心)의 안온함에는 그런 시인들의 얼굴이 다가온다는 길을 확인한다. 황금찬 시인의 전반적인 시의 변화는 90길로 오면서 형이상학적인 형편이 많아지는 듯했다. 지상의 메시지가 줄어들고, 그리고 철학적인 암시가 앞장선다는 뜻일 것일 것이다. ‘평화와 기쁨’ 혹은 ‘생존의 무게’ 그리고 ‘꿈의 천사’를 암시했던 70세까지의 이미지인 나비가 시 속에서 줄어들었다는 변화는 즉, 자존의 메시지가 줄어들고 평안하게 사물 바라보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는 맹목의 인간 모습에서 자기를 의식하지 않는 변화의 상징이 아닐까 한다. 어느 꽃나무에서 이 꽃나무로 날아왔을까. 나비는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지금 않아 있는 꽃나무밖엔 아무것도 모른다. 지금 날개를 펴면 또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까. 그것도 정할 수 없다. 나비에겐 금지 구역이 없다. 이것은 나비의 절대 자유이다. 그리고 나비에겐 내일이 없다. 꽃향기가 날아오면 나비는 더듬이를 앞세우고 따라간다. 『나비』 「음악이 열리는 나무」 공자의 인(仁)의 사상은, 모든 미덕을 포함하고 또 완성한 인격의 극치를 의미한다고 본다. 자로(子路)편엔 이런 말이 있다. 원시적 인간 문명의 때가 덜 묻은 인간, 시골의 촌부 같은 인간을 지칭하는 말이 있다. 나비를 읽으면서 이런 원시적인 느낌이 앞서고, 여기에 곧 황금찬 시인의 모습을 연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 본다. 언제나 계산이 없고 눌 박하고 순수하기에 시인의 체취에는 언제나 믿음의 줄기가 솟아나는 듯하다. 그러나 강의(剛毅)라는 의지의 굳셈이 전제될 때라야 질 박과 어눌함이 있을 수 있고, 비로소 꾸밈이 없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스승 통해 배웠으니 이 또한 필자의 큰 양식이 아니겠는가. 또다시 말한다면 방향은 있으나 방향이 없는 곳을 지향하고 목적이 분명하나 그 목적의 길은 어디에도 없는, 오로지 무심의 경지를 찾아가는 길은 결코 있음과 없음을 나누는 일이 아니기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절대의 자유에서는 ‘내일이다.’ ‘오늘이다’의 의미는 필요가 없다는 개념 사실 논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3. [Epilogue 하면서] - 추억과 지난 시간은 언제나 질축한 정서를 이끌고 오지만 황금찬 스승님의 시는 이제 달관(達觀)의 숲에 들어 무게를 느낄 수 없는 경지에 올랐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나의 스승이라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언어에는 무게와 정서 그리고 원숙의 경지에 들면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시인의 경지에서의 인상 바로 그것이다. 길을 재촉하는 인상이나 혹은 조급증이 없는 지상의 시인은 다시 세계의 미지 건설을 꿈꾼다고 한다. 그러나 그 경지에는 아름다운 순수와 투명한 의식을 가진 시인만을 위해 문을 열고 싶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상상으로 빚은 낙원의 이름일 때, 꿈꾸는 스승의 모습에서 숙연해진다. 자연의 육화는 대상과 대상이 경계를 갖지 않을 때 더욱 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들 한다. 심지어 풀과의 대화나 새들과의 대화에서 있고 없음을 넘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을 지향하는 순수의 깊이를 방문하게 되는 순간, 스승인 (후백) 황금찬 시인은 시는 이제 그런 길을 열어놓고 손짓을 보내는 모습이 작고하신 지금의 이 순간도 모습이 선하다. 자상하고 인자하고 순진무구한 모습이 백수를 넘어도 상상을 초월하는 스승의 시를 지금도 나는 시가 아니라 상상의 세계라 불러야겠다. 2024. 08. 대중문화평론가/칼럼리스트/이승섭 시인 [필자 시평집] [필자 시평집] [필자 칼럼집] [필자 시집]
by 수원본부장 손옥자[도자회화 김미경 작가] 조선의 대표적 미술품 백자 달항아리를 평면 도판에 재현하여 아름다움을 전하는 도자회화 김미경 작가는 2024년 7월 31일(수) ~ 8월 6일(화)까지 서울 아리수갤러리에서 "달항아리의 행복" 타이틀로 초대 개인전을 진행 중에 있다. [포스터 1] 좌우대칭의 매끈한 달항아리는 단순해 보이지만 정교한 도공의 손길로 작업되어 우아한 조형미가 대단하며, 현재 전시 중인 평면의 달항아리는 1차원적인 시각으로 집중하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표면에 예술적 가치가 느껴지는 이미지로 마무리 되었다. [달항아리의 행복展2] 최신작 '화용월태(花容月態)' 작품은 말 그대로 아름다운 사람의 얼굴과 맵시를 나타내듯 전체적 형체를 나타내는 곡선의 세련미와 표면에 새겨지듯 그려진 이미지의 조화가 사랑스럽다. 9개의 작은 원형 도판을 붙여 그 위에 순백의 달항아리를 올려놓았다. [달항아리의 행복展3] 퍼즐을 맞추듯 섬세하게 선의 이음새를 연결하였고 달항아리 흰색과 대비되는 바탕색의 선택이 작품을 더욱 인상 깊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도자회화는 도자기의 장점과 회화가 융합한 것으로 폭넓은 영역의 새로운 회화 장르이다. 가장 자연적인 흙으로 백자 도판을 만들어 캠퍼스 삼아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고 부조를 하기 위해 조각칼로 양각, 음각을 하여 질감을 강조하였다. [달항아리와 일월오봉도4] 전통적인 상감기법, 박지기법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하회의 전통적인 기법과 상회의 현대적인 기법을 사용하였다. 그 위해 자개, Gold, Luster를 사용하여 전통성과 화려함을 접목 시켰다. [달항아리의 여름5] 모든 작품들은 흙, 색감, 유약 그리고 1250도, 800도의 가마에서 여러 번 구워내는 방식으로 불의 수많은 변수를 극복하고 나온 작품으로 조선 도공과 화공의 예술정신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화용월태1] "달항아리의 행복展"을 하는 김미경 작가는 "서로 다른 재료들이 서로 융합을 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도자회화의 세계를 완성하듯이 우리들의 삶도 각자 서로 다르지만 서로 인정하고 조화롭게 세상을 살아갈 때 행복이 찾아온다는 믿음을 작품으로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화용월태2] 전통에서 머물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과 시대정신을 추가하여 새로운 미술품을 탄생시키는 도전의식이 다양한 형태의 달항아리 작품을 제작하는 원동력이 되어 앞으로의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작가는 세종대 융합예술대학원도자회화학과 석사 출신으로 우리 전통 예술의 우수성을 살려 관람객이 공감하는 현대적 달항아리를 구현하는 작업에 몰두하는 미술인으로 알려져 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 못생김의 심리학┃이창주 지음. 몽스북 펴냄. 224쪽. 1만7천800원] 외모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정신의학 전문의의 메시지 '못생김의 심리학'이 출간됐다. 저자는 고등학생 시절 시작된 전두 탈모 증세로 오랜 시간 고통을 겪었고, 의대에 진학해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정신신체의학' 전문의가 됐다. 저자는 의료 현장에서 진료하며 신체 이미지 문제를 겪는 환자들을 적잖이 만났다. 거식증이나 폭식증처럼 신체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된 질환 외에도 외모가 우울증, 스트레스 질환을 유발하는 촉매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다수의 내담자가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전해들었다. 미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신체 이미지로 어려움을 겪을 사람은 늘어날 것이다. 저자는 전문가이자 경험자로서 의견이나 체험담을 전하는 것에서 나아가 서구에서 진행된 연구에 기반해 신체 이미지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외모의 변화 없이 스트레스를 줄이지 못한다는 근거 없는 신념을 점진적인 교정을 통해 건강하게 바꿔 나가는 것이다. 저자는 '외모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을 개선하는 것'에 대해 강조한다. 내면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억울해 하기보다 마음의 관점을 바꾸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말이다. 세상을 향한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바꾼 사람에게는 여유로움이 주는 매력과 자유라는 선물이 주어진다. 그렇게 책은 프레임을 전환할 수 있다면 한층 더 성숙해질 우리의 정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 한경국립대학교(총장 이원희) 부설 평생교육원(원장 이창희)은 7월 29일 안성캠퍼스에서 안성시 관내 초․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2024년 안성시 청소년 하계 드론캠프“를 개최하였다. □ 캠프는 안성시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관내 청소년들에게 4차 산업시대의 첨단과학기술 분야의 집합체인 드론을 이용하여 사고력과 창의성을 향상미래사회의 리더십을 갖추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지역 청소년들의 사고력과 창의성 향상을 통한 4차 산업사회 리더 육성“] □ 교육은 안성시 관내 재학 중인 초·중학생 48명이 참여했다. ◦ 이들은 △드론 기초 이론 △드론의 구조 이해 및 조립 실습 △모의비행을 통한 조종 실습 △코딩을 활용한 자율비행 실습 등을 배우며 드론에 대한 기초지식을 배웠다. □ 한경국립대학교 이원희 총장은 “대학의 우수한 자원을 활용하여 캠프를 운영함으로써 관내 학생들의 꿈을 길러주고, 드론 분야 등 유년기부터 첨단 직업군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 미래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by 노상균 대구.경북 취재본부장[한경국립대, 농업탄소중립 관련 선배특강 실시] □ 한경국립대학교 농업탄소중립사업단(단장 윤영만)은 지난 7월 26일 농업 관련 전공학생들을 대상으로 ‘농업·농촌 탄소중립 융합형 전문인력 양성 및 바이오매스 순환 탄소중립 융합기술 개발 선배특강’을 실시했다. □ 특강은 환경부 황원재 사무관을 비롯한 학계, 기업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탄소저감 필요성 등 환경보호 및 최신 농업현장 실무 사례 등에 대한 다양한 강의했다. □ 특강에 참여한 학생들은 “농업 산업 현장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어 진로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신간] 비인지 능력의 힘] "전 세계적으로 아이들의 지능을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는데, 타고난 지능을 변화시키는 건 극히 어렵다는 결과가 우세했습니다. 반면 비인지 능력은 교육과 개발 지원, 수많은 경험을 통해 바뀔 수 있습니다." (본문 중에서)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이런 소망을 위해 부모들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공부를 시킨다. 일본 교토대학교에서 아동 인지발달을 연구하는 모리구치 유스케 박사는 아이들이 부모들이 원하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행복하게 사는’ 성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비인지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비인지 능력은 흔히 말하는 IQ(인지능력) 외의 능력으로, 어린 시절 IQ만으로 성인이 된 이후의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심리학 연구자들이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를 연구하다 발견한 개념이다. OECD가 꼽은 주요 비인지 능력은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 ‘자신과 마주하는 능력’,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 등 3가지로, 이를 갖춘 사람일수록 경제적 여유를 포함해 행복한 삶을 살 가능성이 높다는 다양한 연구결과도 있다. 책은 2차 급성장기인 10대 시기에 겪는 정서적·인지적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성적 외에도 중요한 삶의 기술을 배우는데 필요한 비인지 능력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 모리구치 유스케 박사는 책 ‘비인지 능력의 힘’을 통해 10대 아이들의 변화에 대응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의 비인지 능력을 어떻게 키워줄 수 있는지 조언한다. 또한 학교 생활과 친구 관계가 아이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기술을 배우고 자기표현 방법을 개발하는 과정도 설명한다. 이 책을 통해 부모나 교사가 10대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by 수원본부장 손옥자□ 한경국립대학교(총장 이원희)는 7월 29일 교직원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모금한 고향사랑기부금 410만원을 평택시에 전달했다. ◦ 전달식에는 이원희 총장을 비롯해 보직교수들이 참석하였으며, 평택시에는 임종철 부시장 및 관련 공무원들이 참여했다. [- 총장 및 교직원, 안성시에 이어 평택시에도 410만원 전달] □ 고향사랑기부금은 2023년 1월부터 시행하여 지방재정확충, 지역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제도다. □ 이원희 한경국립대학교 총장은 “지역상생을 위해 한경국립대학교 평택캠퍼스가 소재한 평택시 발전을 위해 교직원들과 고향사랑 기부금을 모금하였다”고 밝혔다. ◦ 임종철 부시장은 “기부액은 취약계층 지원, 시민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에 소중히 사용하겠다. 기부금 모금 전달을 통해 양 기관이 상호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한편 한경국립대학교는 지난 7월 22일에는 안성시에 493만원의 고향사랑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대중문화평론가/칼럼리스트/이승섭시인 미래의 풍요를 위해 우리는 희망을 안고 열심히 사는 것일 것이다. 우리가 고난의 시대에는 예술은 희망의 인도와 예언의 역할을 해왔다면 풍요의 시대의 예술은 장식의 기능이라 한다고 한다. 또한 예술로 가치를 발견할 수 있고 정서적 안정감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이성의 회복을 기할 수 있을 때 인간성의 유지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인간성의 돌변은 가치가 변모할 때 가장 불행한 경우에 직면한다면 예술은 인간이 알고 있는 구원의 메시지라 보는 것이다. 미술은 안정감의 여행(旅行)을 촉구하고 상상(想像)의 부산물로 따라올 때, 현실을 보다 더 조직적으로 의식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은 긴장감을 가질 때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며 자기 발견의 모티브를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극대화(極大化)로 시키느냐의 함량(含量)에서 훌륭한 문학의 업적이 달성된다고 믿는다면 지금 우리는 현재 오로지 상업적으로 의존해 오염되었다 하더라도 표현(表現)의 자유가 구가되는 현상을 올바른 판단이며 미래를 낙관해도 되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문학은 심도에서 사상(思想)의 승화(昇華)가 부족하다는 말을 명망이 높은 어른들을 말한다. 감각적(感覺的)인 표현(表現)에서는 진전을 이루었지만 정작 작품 속에 진지한 사상의 깊이에 고갈 현상이 있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이것도 따지고 보면 서로 갈라진 남북의 이념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라는 문화(文化)에 녹아있는 생각의 문제이기에 참혹한 전쟁을 겪어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 같은 위대한 전쟁 문학이 결여가 되어 삼국의 정립에 따른 각축을 다룬 진정한 역사적인 통찰(洞察)의 안목이 없었으며 근대사로 와서는 온갖 전쟁의 참화(慘火) - 7년여의 임진왜란, <三拜九叩頭>의 삼전도에서 청나라 왕에게 항복 문서를 갖다 바친 병자호란, 또는 6.25의 비극은 너무도 통렬(痛烈)한 가슴의 아픔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둔감하고 남의 시비에는 민감한 정서를 <우리>라는 두루뭉술로 포장하는 관용이 있기에 그새 나의 비극을 잊어버리는 징후가 사상의 심화에 미흡한 표현력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서구의 사상은 결국 자신의 문제로 시작해서 객관을 바라보는 접근법, 귀납적 논리학이 주류를 이룬다면 우리는 연역적 논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보편에서 특수로 가는 결말이기보다는 보편에서 시작하여 다시 보편적 논리로 익숙한 것이 추상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귀납적 논리도 아니고 연역적인 논리도 아니며 중간에 머무는 일 때문에 특성이 없는 결말에 직면하는 것은 아닐지- 여기서 우리 문학의 심도(深度)는 돌부리에 채이고 가시에 찔리고 함이 안타까움일 것이다. 만약 서구적인 사상의 발전 모델이라면 우리의 문화는 우리에서 출발하여 결국 우리로 돌아가는 공허만이 있을 뿐 깊이가 내재 되어 표피(表皮)적인 현상이 만연하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한때 유행했던 대하소설도 대부분 가족사이거나 이데올로기의 분열상만 파노라마로 보여 (Showing) 주었을 뿐 정작 작가의 고뇌(苦惱) 어린 해답(heaithy, thoughts)은 없다고들 하지 않던가? 소설(小說)은 갈등을 다루면서 시간의 정리라면 결국 그 스토리에 깊이엔 작가의 사상(思想)이 뼈대를 이루지 못한다면 사랑방 이야기가 되는 고작이라 하지 않을까? 톨스토이의 대작품에서는 그런 대답이 가득하며 예를 들자면 결론(結論)은 자명해지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의 귀족으로 자기 사상을 실천하기 위해 많은 땅을 하인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땅만으로는 살 수 없다>나 <전쟁과 평화>, <부활> 등은 결국 언행이 일치된 사상적(思想的) 표현(表現)의 결집이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러시아 농민혁명(農民革命)의 도화선(導火線)이 된 톨스토이 그가 추운 1월 우랄 철도의 시골 역장실에서 쓸쓸하게 죽었을 때 그의 마부도 따라 죽은 감동(感動)은 그의 깊은 인간미에 대한 참된 삶의 실현이고 철학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의 유언의 마지막 말이 “진리(眞理)를 나는 열애(熱愛)한다. 왜 저 사람들은 이란 마지막 말에도 그의 사상(思想)은 녹아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를 찾는 여행은 문학인의 영원한 사명이라 황금찬 선생이 말했듯이 현실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 구현되는 주인공과 등가(等價)를 이룰 때, 작품(作品)은 비로소 생명력(生命力)을 획득하는 것이라 수차 강의를 들은 바 있다. 20세기의 최대 소설인 <모비딕>의 작가 멜빌은 살아 있을 때 온갖 모멸과 굶어 죽다시피 했고 죽었을 때는 신문에 부고(訃告)한 줄도 나오지 않을 만큼 무시와 고독을 감내(堪耐)했으며 생전에 1775 수의, 시(詩)를 쓴 미국의 여류 시인 에밀리 디킨슨, 은 살라 7편쯤 발표한 시인이었지만 70년 후에 평론가들의 연구 때문에 빛나는 미국의 시인이 된 일이나 우리의 한용운 선생은 1926년 <님의 침묵>을 발표한 것은 3.1운동의 실패, 감옥살이 3년을 겪고 난 후에 모조리 변절한 사람들의 슬픔과 좌절감을 백담사 오세암에서 쓴 고독한 사랑에의 뜻을 담은 88편은 연작시라는 점 -- 1965년 – 그러니까 40년 후에 박노순, 인건한, <한용운 연구>에 의해 유명의 시인으로 등극을 했으며 생전에는 동요 몇 편을 발표한 윤동주 선생도 해방 이후 유고 시집으로 살아난 시인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인간애라는 휴머니즘의 사상에 깊은 감동을 시적으로 표현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시인이며 또한 이육사도 마찬가지이다. 문학의 표현은 언제나 자기를 고백하고 또 주장하면서 자기만큼 표현하는 특성과 일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결국은 나를 어떻게 혹은 얼마나 객관적인 방법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 여부에 따라 표현의 심도(深度)에 감동(感動)의 파문은 따라오게 되어 있는 것 같다. 고로 자기에 몰입하거나 깊이 빠지게 되면 도그마의 함정(陷穽)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경계(經界)의 몫이라는 조언이 뒤따르지 않을까? 명작(名作)의 조건은 하나같이 자신을 버리고 제3의 공간(空間)을 창조(創造)하는 길을 얼마나 진정성으로 표현(表現)하는가에 여부에 따라 인간애의 따스함도 전적으로 필요하다는 강조가 옳지 않을까? 대부분 문학은 정신이라 하지 않든가 문학의 본질은 결국 사상(思想)의 실현(實現)이고 어떻게 구조화(構造化), 시키는가의 따라 소설이 되며 수필(隨筆)이 되고 이미지를 결합(結合)하여 시(詩)가 된다는 것이라면 본질은 자기 자신을 찾는 일일 것이다. 표피(表皮)적이고 감각적(感覺的)인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넋두리로 본인을 감추는 것은 문학적인 깊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의미를 우리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예술은 시대적인 의미(意味)에서 안정감(安定感)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때나 비극(悲劇)은 있으며 슬픔도 있지만 여기서 희망(希望)의 대칭이 이루어진다면 예술은 언제나 이를 방지하는 깨달음의 약이 될 것이라 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예술혼이 필요한 소이(所以)가 아닐까 하면서 자신을 낮추고 겸손을 갖고 내면의 마음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매진하고 더불어 정체성의 정신이라고 믿으며 에필로그 한다. 2024. 07. 대중문화평론가/칼럼리스트/이승섭 시인 [필자의 시집] [필자 칼럼집] [필자 시평집]
by 수원본부장 손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