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쓰이지 않는 재난 예비비 용혜인 “전국 지자체, 재난 예비비를 여유자금 비축용으로 이용””
추경예산 25% 증가할 때 재난 예비비는 2.7배 증가, 지출율은 턱없이 낮아
by 이승섭 연합취재본부
2023-10-04 07:58:05
국회(사진=PEDIEN)
[금요저널] 기후위기에 따른 홍수, 태풍 등 자연 재해의 심각성이 더해가면서 재난재해 예비비가 요긴하게 쓰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지방자치단체들이 재난 예비비를 여유자금 비축 용도로 사용하는 정황이 확인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243개 지자체 재난재해 예비비 현황’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지자체들은 추경예산 편성시 재난 예비비를 당초예산 때보다 2.7배 큰폭 증액하지만 지출액은 30~4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액이 0원인 지자체도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19개, 25개로 나타났다.
용혜인 의원은 “홍수, 태풍, 폭염 피해가 커지는데도 재난 예비비가 지자체 여유자금 비축용으로 활용되는 것은 지역 주민들이 기후 재난에 더해 예산 재난까지 겪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난재해 예비비는 예상치 않은 재해 발생에 대비해 지자체가 일반 예비비와 별도로 예산 편성할 수 있는 목적 예비비이다.
일반 예비비가 예산총액 대비 1% 이내 제한 규정을 두는 것과 달리 재난 예비비 편성 비율은 지자체 재량에 속한다.
이번 분석은 2021년과 2022년 전국 지자체 일반회계 예산과 재난 예비비를 대상으로 했고 최종예산 기준 재난 예비비를 편성하지 않은 지자체는 제외했다.
2021년 전국 214개 지자체의 일반회계 예산총액은 246조원에서 306조원으로 24.7% 증가했다.
하지만 재난 예비비는 예산 증가율을 훨씬 상회해 1.27조원에서 2.72조원으로 166% 증가했다.
막상 결산서를 통해 확인된 재난 예비비 지출액은 1.17조원으로 최종 재난 예비비의 43.1%에 불과했다.
. 추경예산 편성시 재난 예비비를 대폭 증액했다는 것은 이미 재난재해가 발생했거나 발생 가능성을 높게 판단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지출액은 추경 편성 때 증액된 1.7조원에 훨씬 못 미친 것이다.
이런 추세는 2022년에는 더 심각해졌다.
추경 예산이 23.8% 증가할 때 재난재해 예비비는 165% 증가했는데, 지출율은 28.7%로 전년 대비 대폭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