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119안전센터 소방장 이태준] 방화문은 건물 내에서 화재의 확산을 막아주는 용도로 설치된다. 거주자가 피난할 수 있거나 구조대가 접근하는 시간을 확보해 주기도 한다. 건축물의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살펴보면 방화문은 화재의 확대ㆍ연소를 방지하기 위해 방화구획의 개구부에 설치하는 문이다. 언제나 닫힌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화재로 인한 연기 또는 불꽃을 감지해 자동적으로 닫히는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 방화문과 관련된 위 규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방화문은 닫혀 있어야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보면 항상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열린 방화문에 말굽을 설치하거나 벽돌 등 물건을 받혀놓은 경우, 손잡이에 줄을 매어 열어놓은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미관이나 난방, 통기 등 여러 이유가 있다. 이같이 인위적으로 방화문을 열어두는 행위는 절대 해선 안 된다. 화재 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재 시 연기는 시야를 방해해 대피에 혼란을 주고 유독가스 등 질식의 위험을 높이며 건물 상ㆍ하층으로 빠르게 확산돼 다수의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열린 방화문은 ‘불법’이다. 방화문을 잘못 관리하면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16조에 의거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 사람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무적의 방패가 없다면, 그리고 그 방패가 총탄을 막아주지 못한다면 우리들의 영웅인 ‘캡틴’도 있을 수 없다. 때론 불편함이 우리의 판단력을 잠시 흐리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가족과 이웃의 안전만큼 중요한 게 있겠는가. 나부터 안전에 대해 먼저 확인하는 마음과 행동을 이어간다면 우리 모두는 서로를 아끼고 있다는 뿌듯한 마음으로 충만해 질 것이다.
[‘석양의 뒷모습’ (문학과사람 제공)] 등단한 지 50여년이 된 문학계 원로 4인의 합동시집 ‘석양의 뒷모습’이 출간됐다. 인생의 희로애락과 삶을 시로 관통한 원로 작가들의 자세를 통해 삶의 다양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시집엔 조병기, 허형만, 임병호, 정순영 시인의 시 각 20여편이 게재됐다. 이들의 시는 오래된 백반집 같다. 화려하지 않지만 삶에서 건져올린 담담한 삶의 단어가 행간행간 힘 있게 스며들어 자성과 해학이 담긴 시어로 춤을 춘다. “고놈 참 기특하게도 가을을 물고 와 빈방에 가득 풀어 놓는다/…부뚜막 어둔 자리 잡아 자장가를 불러준다…”. (귀뚜라미, 조병기作), “육체를 빠져나온 상처 난 영혼을 날마다 다리고 꿰매고 수선하는 세탁소 부부는 참 부지런한 시인입니다”. (세탁소 부부, 허형만作), “들녘 곡식들 영글어가는 소리 금빛 노래/… 세월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귀가 밝아진다”. (노년의 귀, 임병호作), “…내 얼굴에는/ 나를 내려다보는 별들이 반짝거리는/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주름살, 정순영作) 조병기(85) 시인은 자연을 배경으로 정겨운 옛 정취가 묻어 나는 작품을 선보였다. 1972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해 동신대 국문과 교수를 역임하고 한국시학 대상(2021) 등을 수상한 그는 ‘가슴 속에 흐르는 강’ 등의 저서가 있다. 허형만(80) 시인은 세탁소, 지팡이, 택배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풍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목포대 명예교수이기도 한 허 시인은 1973년 ‘월간문학’(시), 1978년 ‘아동문예’(동시)로 등단했으며 제7회 한국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1965년 ‘화홍시단’으로 등단한 수원 출신의 임병호(78) 시인·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장은 아내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드러내는가 하면 노년의 깨달음으로 얻은 귀와 눈의 밝음을 이야기힌다. 정순영(76) 시인의 작품엔 종교적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사랑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녹아들었다. 1974년 ‘풀과 별’로 등단한 그는 ‘시는 꽃인가’ 등의 저서가 있으며 세종대 석좌교수, 부산시인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임애월 한국시학 편집주간은 시집에 관해 “따스하고 정감 있는 사람 냄새가 난다”며 “연필로 꼭꼭 눌러쓴 글씨 같은 순수하고 담백한 위로와 웃음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