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 이건 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 내겐 이 책이 그런 것 같다.”
소설가 김영하가 ‘여행의 이유’ 이후 6년 만에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을 출간했다. 지난해 유료 이메일 구독 서비스 ‘영하의 날씨’에 연재했던 글 열네편을 수정하고 다듬어 묶은 책이다.
저자는 그동안 보고, 겪고, 느낀 것을 기록하고 나누며 독자와 소통해왔다. 부지런히 쌓은 경험을 중심으로 사유를 펼쳐왔지만, 자신의 인생을 직접 꺼내어 내놓은 적은 드물었다. 이번 책에는 저자의 ‘삶’이 전면에 등장한다. 사적이고 내밀한 가족사와 함께 저자 자신의 삶을 무덤덤한 어조로 담아냈다.
이야기는 어머니의 빈소에서 시작된다. 알츠하이머를 앓다 돌아가신 저자의 어머니는 평생 자신의 결혼 전 삶을 자녀들에게 자세히 털어놓지 않았다. 저자는 그런 어머니의 장례식에 모여든 조문객들의 말을 듣고 어머니가 20대 때 군인이었던 사실을 알게 된다.
또 저자가 아버지에게 품었던 첫 기대와 실망도 돌이켜보면서 마음 한편에 쌓아뒀던 기억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지난 삶을 차근차근 톺아본다.
인생의 반환점을 막 돈 1968년생 ‘인간 김영하’는 ‘나는 왜 지금의 내가 됐나’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구해간다. 그리고 비슷한 질문을 독자에게도 전한다.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을까. 나는 무엇을 놓쳤고, 무엇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작가 삶의 에피소드가 나의 이야기로 전환되는 서사적 경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