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개관 후 첫 학술연구 성과로 소장유물총서 ‘표류인 문순득 일기’를 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연구서는 박물관이 소장한 미공개 유물의 학술적 가치를 밝히고 대중에게 해양문화를 깊이 있게 소개하고자 기획했다.
‘표류인 문순득 일기’는 우이도 홍어 장수 문순득(文順得, 1777~1847)의 표류 경험을 담은 표해록이다. 박물관에 따르면 문순득은 1801년 홍어 거래에 나섰다 풍랑을 만나 일본 오키나와(유구), 필리핀(여송), 마카오(오문) 등을 거쳐 약 3년 2개월만에 조선에 귀환했다. 조선 후기 최장거리, 최장기간을 표류한 문순득의 기록은 단순 조난을 넘어 당대 문화·경제·외교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귀중한 사료다.
당시 흑산도 유배 중이던 정약전이 문순득의 여정을 ‘표해시말(漂海始末)’로 기록했으나 원본은 전해지지 않는다. 이후 정약용의 제자인 이강회의 ‘유암총서(柳菴叢書)’에 필사본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소장유물 연구를 통해 박물관이 지닌 ‘표류인 문순득 일기’가 해당 필사본보다 일찍 쓰인 자료임이 밝혀졌다.
‘표류인 문순득 일기’는 종전 자료들에 없던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서양 문물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고 가톨릭을 탄압하던 19세기, 문순득이 필리핀 성당에서 미사를 관찰하며 이를 상세히 기록했다. 또 유럽 범선에 ‘거중기’가 있다고 표현한 부분 등에서도 높은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박물관은 이번 총서를 일반 대중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유물 가치를 조명하는 전문가 글을 비롯해 원문 이미지, 국문 번역, 유물 분석 과정을 담은 연구 노트를 포함했다. 또 문순득이 사용한 생존언어와 가마, 담배, 여성 생활, 성당 등 다양한 나라 문화를 조선과 비교한 부록을 수록하기도 했다.
우동식 국립인천해양박물관장은 “문순득의 표해 기록이 가진 해양교류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박물관의 첫 연구 결실을 공유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박물관 소장유물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해양 유물이 모두의 소중한 유산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